홍씨의 사생활

by 김정욱

8-8. 2 년쯤 지난 후,


사촌동생 결혼이 있어서 식장을 찾았다.

역시 남편은 바빠서 지영이 혼자 가게 되었다. 가족행사가 있을 때 남편이 같이 가주면 얼마나 떳떳하고 든든할까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곧 단념했다. 하지만 한 번도 같이 간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서운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일찍 도착해 시간이 남아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던 중, 무심코 예식하는 신랑신부 안내판을 보게 되었는데 '이 수영' 부 '송 기원'이라 써 있었다. 부녀가 성이 다를 수 있나? 생각하다가 ' 송 기원' 이름 또한 낯설지 않다는 걸 알아챘다.


'어? 그 홍씨?'


맞았다. 그 홍씨. 아는 척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중, 홍씨가 먼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누구 결혼식에 오셨슈?"

"네? 네. 친척동생요 - - 근데 아저씨는요?"

"아. 딸요 - - 친딸같은 딸"

"친딸같은요?"

"이혼한 전 아내 딸예요. 그니까 지 딸이기도 하쥬"

"아 - - 네. 근데 - - 치아가?"

"아 - 하하. 지금은 의치를 꼈는데 - - 보통때는 아프기두 하구 불편해서 - - "

"축하드려요 - - 딸 결혼요"

"아 - - 감사해유"


홍씨는 수줍게 웃었다. 검게 그을리기는 했지만 좋아보였다.

이상하게 몇 년 사이, 잊을만 하면 홍씨를 마주쳤다. 굳이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절로 만나지는 사람.

'인연'이 있는 모양. 의도치 않게 홍씨의 사생활을 알게 되었다.


홍씨는 50대 초반,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4년 전 헤어졌다고.

아이 엄마가 자꾸 헤어지자 해서 헤어지긴 했는데 그 과정에 홍씨는 맘이 많이 상했다고. 왜 인지 이유를 몰랐다고. 자꾸 밀어내서 나중엔 이유를 말해주면 헤어지겠다 했더니, 헤어진 남편과 합친다고 했단다.

홍씨는 헤어지고, 몸도 맘도 많이 상하고, 맘을 잡지 못해 이리저리 떠돌면서 상처를 달랬는데 - - 알고보니 아이엄마가 아팠다는 것. 슈퍼에서 일하고 있을때 그 소식을 들었다고. 딸이 연락을 해줬다고 했다.

결국 그녀 가까이서 마지막 생을 같이 했다고. 그리고 오늘, 그 딸이 결혼을 한다고 - -


홍씨의 '순정'이 눈물겹다.

이렇게 맘 따뜻한 사람의 손을 어떻게 놓았을까? 자신이 짐이 될까 - - 보내놓고 아이엄마는 또 어떻게 살았을까 - - 정작 홍씨 가슴에 멍 드는 건 보지 못하고 밀어내기만 했으니 - -


한결 편해진 홍씨의 얼굴을 보니 지영은 오랜만에 맘이 편해졌다.

앞으로 홍씨도 행복해지길 - - 맺힌 맘을 모두 풀어내고 좋은 날만 있길 - - 지영은 바래고 바랬다. 끝.



'사랑'하는 그 맘이 확실하다면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있어야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보내준다? 그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인생은 짧다. 진심을 왜곡하고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지만 어쩌면 모자란 사랑에 대한 구차한 변명일뿐 - - 이기적인 인간은 사랑할 자격도 받을 자격도 없다. 믿어라 - - 사랑을. 내 던지라 - - 인생을. 후회는 마지막 순간, 해도 늦지 않다. 절대!!


매주 일요일 낮 시간은 도서관에서 보냅니다. 책 읽는 재미, 고르는 재미, 재미에 푹 빠져 지내죠.

굳이 '글'을 써서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안합니다. 내가 보태지 않아도 책은 많고 많으니까요.

그저 컴퓨터에 앉아, 궁시렁 궁시렁, 주저리 주저리,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만들고 이어나가고 내 뜻대로 결말에 이르면 혼자 흐믓하고 뿌듯하고 대견하고 - - 뭐 - - 그런 기분을 즐긴다고나 할까 - -

헌데, 작가님들의 '브런치 북'을 둘러보며 살짝 부러웠어요. 나도 한 번 만들어 볼까? '브런치 북'이면 나무를 베어내는것도 아니니 - - 한번 해 보고 싶다는 맘이 들어서 - - 사실 누군가에게 평가 받은적도 없고, 평가 받을 만한 수준에 도달하는지 어쩌는지도 모르지만 - - 어쨌든 시작을 했네요.

가장 최신작 - - '희망사항'으로. 찾아보니 3월에 올린 글이더라구요. 두 번째 보시는 분도 있으실텐데 너그러운 맘으로 이해 해주세요 - - 일단 '브런치 북'으로 옮겼으니 - - 당분간은 월, 수, 금 찾아올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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