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1. 사랑

by 김정욱

2층 서재 창으로 마당을 내려다보았다. 사랑이와 성훈이가 동백나무 근처 돌덩이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민준은 사이좋은 오누이처럼 가깝게 붙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가벼워. 가벼워’ 진중하지 못한 성훈을 떠올리며 못마땅한 마음이 들었다.

“하하하하“ 고개를 뒤로 한껏 제치고 맘껏 웃고 있는 사랑이 보였다. 여자아이답지 않게 사랑은 어릴 때부터 크게 웃어 제끼는 버릇이 있다. 목젖이 보인다고 타박을 준적도 있지만 그 아이는 여전하다. 웃는 모습만큼은 성격과 다르게 호탕하다.

잠시 후, 성훈이 대문을 나선다. 뒤돌아 나가면서 뭔가를 계속 말하고 있다. 사랑은 양 손을 흔들며 '아니라고?' 혹은 '잘가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곧 콩콩콩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릴것이다. 그리고 “아저씨, 어때요?” 두 눈을 반짝일것이다.

조용하다. 시계를 바라보니 20분은 지난 것 같다. 아직도 사랑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어쩌면 참지 못하는 내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저 혼자 하고 있는거지?’


속으로 궁시렁대며 민준은 방안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 시계분침이 6자에 멈추면 방문을 나서리라 생각하면서 밖에서 들릴지 모르는 기척에 귀를 긴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조용한 시간이 지나고 민준은 아무일 없는 사람처럼 태연하게 1층으로 내려갔다.

“음 - 커피 한잔 해야겠다”

“아 - 커피요?”

사랑은 눈길을 피하며 얼른 커피포트에 물을 채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냐?”

“아닌데요”

민준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난번까지도 남자친구를 선보이는 날이면 어떠냐고 채근하던 아이였는데 - - 오늘은 이상하군. 당연히 내 맘에 들지 않을거란 걸 알고 있는걸까? 아니면 이제는 내 의견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뜻일까? 커피를 손에 들고 서재로 돌아 온 민준은 사랑에게 물어 볼 말을 잊은게 생각났다. 무엇 때문에 웃은 거냐? 널 그렇게 웃게 만든 게 무엇이냐? 하지만 묻지 않은 것이 나을지 몰랐다.

‘별거 아녜요’ 성의 없는 답을 할지도 모르는데, 차라리 잊는 편이 더 낫다. 아이가 자라고 청소년이 되고 숙녀가 된 지금, 민준은 자꾸 허둥대는 맘을 어쩌지 못했다. 지수가 떠나고 사랑이와 둘이 남겨졌을때 그 이상한 안도감이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게도 했지만, 민준 자신도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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