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2. 민준

by 김정욱

결혼 후, 3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질 않자 장모님이 입양을 적극 권했다.

예민해진 지수가 민준에게 집착을 보이던 시점이었다. 아이가 있으면 지수도 아이에게 신경을 쓸 것이고 민준도 지수로부터 좀 놓여날 수 있을 터, 민준은 좋다고 했다. 한편으로 지수의 집착을 대신 받아야 하는 아이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미래의 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어서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2세 미만의 아이를 원했지만 오랫동안 아이는 만나지지 않았다. 장모님 지인의 소개로 민준과 지수에게 온 아이는 5살, 사랑이었다.


이미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눈치가 빤한 나이였다. 조용조용 부산스럽지 않은 아이.

그 아이 중심은 이미 흔들렸으며 눈 속엔 두려움, 긴장감, 겁이 가득 차 있었다. 슬픔의 강을 한 번 건너 온 것이다. 언제나 애쓰고 있는 아이. 아이는 목소리도 작아서 무슨 말이건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수는 ‘크게, 크게, 더 큰소리로 똑바로 말하라’ 고 말할 때마다 성화를 받쳤다. 아이는 필요이상으로 주눅 들었다. 지수를 어려워하고 무서워했다. 민준은 지수에게 아이 훈육을 일임하고 있었으므로 이렇다 저렇다 의견을 내지 않았다. 지수가 아이가 너무 답답하다고 푸념 할때도 ‘아직 낯설어서 그럴꺼야’ 그렇게 넘어갔다.

지수는 아이를 인형처럼 꾸미길 좋아했다. 나플나플 살랑살랑 프릴이 많이 달린 원피스에 머리를 두 갈래로 올려 묶고 캐릭터가 달린 방울을 달았다. 항상 흰 타이즈에 반짝이는 장식이 많이 달린 예쁜 구두를 신겼다. 한 껏 치장해 놓고는 사랑에게 물었다. ‘예쁘지? 그치?’ 끄덕이는 사랑에게 ‘고맙습니다. 해야지’ 또 타박을 했다.

무덥던 여름날, 저녁을 먹고 지수가 친구를 만나러 외출했다.

사랑이와 둘이 집에 남겨지자 민준은 갑자기 앞에 놓여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랐다. 잘 시간은 아직 되지 않았고, 같이 놀아주기에는 방법을 모르겠고, 가만히 소파에 앉아 제 손만 조물락거리는 아이를 보자 잠시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도 나갈까?”

사랑이가 고개를 들어 민준을 바라보았다.

“심심하지? 우리도 나가서 아이스크림 먹을까?”

여전히 민준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 - 참, 너 아이스크림 좋아하니?”

“네, 딸기맛이랑 쵸코맛요”

“그래, 잘됐다. 아저씨가 사줄께”

“근데 - - 엄마한테 허락받아야 되는데 - - ”

“아 - 엄마한테는 내가 잘 말할거니까 걱정 안 해도 되”

“네, 좋아요. 아저씨”

지수는 일찍부터 엄마 아빠를 입에 붙여야 한다며 사랑에게 엄마 아빠라고 부르게 했다. 지수에게는 순순히 엄마라고 했지만 어쩐 일인지 민준에게는 아빠라 부르지 않았다. ‘저기요’ ‘아저씨’라고 부르다 지수에게 야단을 듣기도 했다. 민준은 억지로 강요하지 말라고 지수에게 얘기했다. 언젠가 마음이 열리면 아빠라 부르겠지 - - 그렇게 생각했다. 상처있는 아이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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