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3. 아빠

by 김정욱

대문을 나서자 아이가 눈을 찌푸리며 하늘을 올려보았다. 30도가 웃도는 뜨거운 날씨, 백지 같이 텅 빈 하늘이 보였다. 민준은 아이 손을 잡았다. 아주 작고 보드라운 손, 뜻밖에도 아이는 민준의 손안에서 주먹을 꼭 쥐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사람들이 한 가득 앉아있다. 쾌적한 에어컨 바람이 시원했다. 딸기맛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담은 작은 컵을 들고 아이는 한 입 한 입 아껴 먹었다.

“아저씨가 나중에 또 사줄께.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배 아프니까 - - 알았지?”

“네. 고맙습니다. 아저씨”

“아. 참 물어볼게 있는데 - - 왜 아빠라고 부르기 싫은 거야? 그냥 궁금해서 그래, 궁금해서 - - 야단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랑은 눈이 커지면서 먹는 걸 멈추었다.

“아냐, 아냐.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 괜찮아. 먹어. 먹어”

모처럼 기분이 좋아졌던 아이가 침울해졌다. 민준은 아이의 상처를 건드린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근데요. 아저씨.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니까 말해 줄께요. 근데 비밀이예요. 비밀“

“비밀이라고? 어이쿠, 그럼 꼭 비밀을 지켜야겠네. 알았어. 꼭 지킬께”

“난 아빠가 있어요. 엄마는 없는데 아빠는 있어요”

“어디에?”

“몰라요. 그건”

“그럼 어떻게 알았어?”

“내가 아기였을때 할머니 집에 아빠가 데리고 왔대요. 그래서 알아요”

“언제 만났는데?”

“만나지는 않았는데 알아요. 난 아빠가 벌써 있어요. 그치만 비밀이예요”

“그렇구나. 음 - - 아빠가 있어서 아빠라 부를 수 없단 말이지?”

“비밀예요. 할머니가 내가 어른이 되면 만날 수 있댔어요”

“그래 그래, 알았다. 비밀”

민준은 가슴 한 켠이 시려왔다. 그래도 언젠가는 사랑이가 아빠라 불러주길 기대했는데 - -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모처럼 큰 맘 먹고 비밀이야기를 해 준걸 보니 같은 편이라 생각하는 모양, 역시 아이는 아이였다.

사랑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얼마 후부터 지수는 사랑에게 소원해졌다. 마치 싫증 난 장난감을 대하듯 무심하게 사랑이를 대했다. 자주 짜증을 내고 눈앞에 보이는 걸 못견뎌했다.

거실에 나와 있으면 방에 들어가 공부하라고 방으로 쫒았다. 아이는 점점 눈치꾸러기가 되어갔다. 아이의 옷차림이 남루해지고 길이가 짧아지고 더러워졌다. 벌써 2 년째 아이옷을 사지 않고 있었다. 민준은 아침 저녁으로 아이를 보면서도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지수가 품어 주지 않는 아이를 대신 품어야 하는지, 지수가 품도록 지수에게 자꾸 밀어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어느 날, 장모님에게 전화를 했다.

“사랑이 엄마가요. 사랑이를 돌보지 않구 있어요. 귀찮아하는거 같기도 하고 - - ”

“에구 - - 몹쓸 것. 애만 고생을 시키고 있구만. 못된 것.”

“지수 - - 아무래도 병원에 가 봐야 될 것 같아요”

“자네 보기 면목 없네 - - 또 그 병이 도졌구만. 아이는 내가 주말에 가서 데려옴세”

“아니요. 아이는 놔두세요. 제가 어떻게 해보겠습니다 - - ”

“자네 힘 들어서 안 될껄. 암튼 주말에 감세‘

생각해보니 사랑이가 집에 온지 5년이 넘었다. 처음 3년은 지수가 사랑이를 너무 애지중지해서 탈이더니 그 뒤로는 너무 무심해져 탈이었다.


매주 화/목/토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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