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지수
그녀의 일관되지 못한 사랑을 지켜보면서 민준은 가슴이 아팠다.
상처 받은 작은 영혼, 방관하는 자신, 그리고 지수까지 - - 견뎌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지수의 예민함 섬세함에 끌려 시작한 연애였다. 민준 주위에는 지수 같은 사람이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토록 섬세하고 감성적일 수 있나? 민준은 그녀가 풍기는 독특한 감성에 매료되었다.
처음 처가에 갔을 때가 생각이 났다. 뭔지 모르게 장인이나 장모님 눈길 속에 담겨 있는 우려와 조바심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네, 싸우지 말고 잘 살게’ 오로지 그 당부뿐이었다. 지수에게 물으니 그녀는 대수롭지 않듯 말했다. '내가 좀 예민하거든. 잘 참지 못해' 그랬다. 그녀는 예민했다. 너무 예민했다.
다른 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일들도 그녀는 지나치게 신중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녀는 마음에 병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왕따를 경험하고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해서 병원 약을 소화제처럼 상용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집착이 심하고 강박도 있어 친구가 없었고, 누구와도 길게 관계 맺기가 어려웠다.
그런 그녀가 뛰어난 머리로 기획팀 팀장을 하는걸 보면 자기 나름대로 자기 극복을 치열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일에는 무신경 무관심 자체였다. 부부관계도 어느 틈엔가 소홀해져 이제는 그저 동거인일뿐 더 이상 함께 누리는 행복따윈 없어졌다.
“아이가 10살이라구? 벌써?”
장모님이 놀라셨다.
“다른 집에도 못 보내겠네 - - 이 일을 어쩌면 좋지?”
아이를 다른 집에 보낼 생각을 하다니 - - 너무한 생각이 들었다. 무책임한 어른들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것 같았다.
“아이는 제가 키울께요”
“자네가? 여자애인데 쉽지 않을껄. 그리고 지수가 싫어 한대며?”
“가족인데 싫어하고 좋아하고가 어딨습니까?”
“그래도 지수가 - - ”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장모님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을 삼킨 채 민준을 바라보았다.
“지수를 며칠 집에 보내게. 환경을 바꾸면 좀 나아질 수도 있으니 - - ”
“지수가 가라고 갈 사람입니까? 가고 싶으면 가겠지요”
“자네. 지수를 사랑하지 않나?”
“사랑하고 안 하고 그런 문제 아닙니다. 저에게 그동안 한 번도 얘기 안 하신 건 장모님입니다. 지금 집사람이 상태가 어떤지, 얼마나 나쁜 건지 전 모릅니다. 얘기 안 하시면 전 그저 모른 척 하겠습니다. 모두들 그걸 원하는 거 같으니까요. 그렇지만 사랑이 문제는 다릅니다.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돌봐주겠습니다. 그게 도리고 책임이라 생각하니까요.”
장모님이 서둘러 집을 나섰다. 돌아서 나가시는 뒷모습을 보니 부쩍 작아진 모습이다.
하긴 부모가 무슨 잘못이 있으랴. 하나 있는 딸자식이 마음에 병을 안고 있으니 노심초사 항상 걱정이다.
반면 지수는 부모면 자식걱정은 당연하다고 여기니, 철이 없는 건지 원래부터 냉담한 건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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