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13. 속마음

by 김정욱

“아니, 너 힘들면 안 나가도 되”

“아뇨, 괜찮아요. 술이나 마실까봐요”

“술?”

“네, 술요. 고민이 있을 때 술에 취하면 고민이 시시해진다고 누군가 그런거 같아요”

“난, 아닌데 - - ”

헤헤. 아저씬 아니고 - - ”

“그럼, 누구? 어떤 놈?”

“에이, 그건 중요하지 않구요. 가자구요. 코다리 집”

'코다리'라고만 써 놓은 출입문을 밀고 사랑이와 민준이 들어섰다. 이 집은 민준의 오랜 단골이다.

결혼 전 배고프던 시절, 집 밥이 생각나면 먹으러 가던 작은 식당, 간판도 없고 골목 안쪽에 박혀 있어 아는 사람만 온다는 그런 곳.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식당 아주머니가 할머니로 변한 거 빼고는 맛도 그대로, 민준에게는 고향 같은 곳이다.

“사장님, 코다리 대자에 밥 3개요”

자리에 앉자마자 사랑이가 호기롭게 시킨다. 하긴 맨날 밥 한 공기는 추가했지.

짭짤하고 고소한 코다리에 계란찜, 싱싱한 야채 겆절이, 언제나 꿀맛이다. 입맛이 없을 때 찾아오면 언제나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 간다.

“술도 시켜줄까?”

“아뇨, 술은 술집에서. 아마 사장님이 제가 술 마시면 잔소리 하실걸요. 헤헤”

하긴 - -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못하는 사장님이다. 언젠가 땀 냄새가 풍풍 나는 노숙자 비숫한 손님이 온 적이 있는데 대뜸 사장님이 말했다.

“도대체 몇 날 몇 일을 안 씻은 거야? 어휴 냄새, 빨리 먹구 목욕부터 하구려, 오늘 밥값은 안 받을테니 - - ”

그 손님은 나가면서 밥값을 집어 던졌고, 사장님은 다시 그 돈을 손님에게 던졌다.

“빨리 씻으라구. 이 양반아”

세상을 소신대로 사는 사람이다.

동네에 새로 생긴 맥주체인점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과연 체인점답게 넓은 홀에 깔끔한 인테리어 어두운 조명, 편안한 소파까지 괜찮았다. 연주도 자리에 앉으면서 엄지를 들어 보였다. 맘에 든다는 뜻. 민준도 엄지를 들어 보였다.

“사실 - - 아저씨. 난 술을 좋아 하는지 어쩌는지 잘 모르겠어요”

“모른다면 - - 좋아하는 건 아니지”

“그래요? 좋아하면 좋아하는지 확실히 아는 거예요?”

“그렇지"

“근데요 - - 좀 두려워요. 걱정도 되고 - - ”

“뭐가?”

“술 마시면 내가 한 없이 맘이 넓어지고 넓어질까봐 - - ”

“왜 그러면 안 되는데?”

“내 맘이 넓어지면 이 사람은 이런 점은 안 좋지만, 안 좋으면 그게 뭐 어때서? 나도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 - 뭐 그러면서 평소라면 용납하지 못하는 일도 맘이 넓어지면 그냥 막 넘어가고 - - 뭐 그럴까봐 - - ”

“음 - - 위험하긴 하네. 근데 니 속마음을 봐. 넘어가고 싶은 맘이 있는 건지, 그냥 술김에 넘어가고 싶은 건지 - - 술을 핑계 삼는 건 비겁한 거고”

“음 - - 역시, 아저씨. 짱! 최고!”

“칭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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