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사랑
“아저씨, 웃기죠?”
“글쎄. 음 - -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말을 한 건지 모르지만 의도적일 수도 있고, 순간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 내 말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 할 필요는 없다는거야. 사이좋은 우리를 질투해서 그런지도 모르고”
“그렇겠죠?”
“별 일 아냐. 우리 기분도 업 시킬 겸 나가서 맛있는 거 먹을까?”
“아녜요. 낮에 많이 먹어서 저녁은 생각 없어요. 아저씨는요?”
“나도 뭐, 별로 - - "
“오늘 온 녀석이 - - 성훈이라 했나? 프로필은 말 안 해 주는거냐?”
“후후 - -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꺼예요. 쭈욱 - - 왜 제 눈에는 녀석들의 모자란 면만 보일까요? 나도 완벽하지 않으면서 - - 아무튼 눈에 띄는 녀석들이 하나 같이 영양가 없다니까요. 이상하게 누구와 자꾸만 비교 되는거예요. 그러면 하나같이 형편없고 모자라고”
“누구?”
“있어요. 그런 사람"
“흠흠 - - 적의가 불타오르는 군”
“하하하하”
사랑이 어깨까지 들썩이며 크게 웃었다. 깨끗한 치아와 건강한 목젖이 보인다. 유쾌한 웃음이다.
난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웃음. 처음엔 진실성을 의심했지만 지금은 그런대로 좋았다. 사랑이 지금 기분 좋구나 - - 아님 좋아지고 싶구나 - - 그렇게 생각하면 되었다.
대학 2학년, 사랑은 연애사업에 열중인지 데이트에 바쁘다. 작가가 꿈이라니 이 또한 공부려니 생각이 들면서도 연일 밖으로만 도는 아이가 섭섭했다.
옛날, 학교 다닐 때 집에 들어가기 싫어 밖으로 돌던 때가 있었다. 어머니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민준에게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셨다. ‘공부해라 뭐 하고 다니냐?’가 아니라 ‘넌, 에미가 궁금하지도 않느냐? 어떻게 사는지?’ 그때는 어머니 맘을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가 왜 궁금하다는 거지?’ 그냥 그랬다.
아마도 지금 민준의 맘이 어머니 맘을 닮아 있을 것이다.
‘사랑아, 넌 아저씨가 얼마나 외로운지 모르는 거냐? 나에겐 너 뿐인데 - - ’
요즘 사랑이가 부쩍 말이 없어졌다. 실연이라도 한 것인가? 궁금증이 들었지만 기다려야 했다.
기분이 풀어진 사랑이가 제 입으로 술술 불 때까지. 섣불리 궁금증을 드러냈다간 입을 꼭 다물어 버릴지도 모르는 일, 어찌된 일인지 민준이 자꾸만 사랑의 눈치를 보고 있다.
“심심해. 심심해 - - 아저씨랑 놀아줘”
사랑이 방문 앞에서 민준이 투덜투덜 해 봤지만 방문은 열리지 않는다.
“심심해 - - 심심해서 죽은 사람도 있다던데. 심심해 - - 놀아줘. 놀아줘 - - ”
내친김에 큰 목소리로 소리쳐 본다. 미친 척 해 보는 거지 뭐. 스스로도 웃음이 나지만 방에 들어 앉아 있는 사랑이를 불러내려면 방법이 없다.
“고민은 좀 나중에 하면 안 되? 우리 코다리 찜 먹으러 가자. 너두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잖아 - - ”
“가요”
벌컥 문이 열리며 사랑이 나타났다. 잠을 못 잤는지 다크써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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