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11. 남자친구

by 김정욱

그 뒤로 곧잘 남자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민준이 보기에는 마냥 어설프고 서툰 어린 남자, 민준이 놓쳐버린 젊음이, 순수가 싱싱하게 빛나는 남자, 질투와 견제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너무도 허약한 그들, 민준은 집에 오는 남자친구들보다는 자꾸 사랑을 쳐다보게 된다.

이 아이가 나에게 남자친구를 보이는 마음은 무얼까? 평범한 가족, 아빠들이라면 당연히 하는 일인건가? 다른 생각 다른 의도는 없는 걸까? 동시에 자신의 맘도 들여다보게 된다. 나는 어떤 느낌인가? 무슨 생각이 드는 걸까? 단지 아빠 맘으로 사랑을 걱정하면서 사랑 주위를 맴돌고 있는 녀석들을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살피고 있는 건가? 단지 그 맘 뿐 일까? 왠지 괜찮아 보이는 녀석도 지나치게 단점을 파헤쳐 멀리 쫒아버리고 싶은 맘이 드는 건 내 이기심일까? 언제까지고 사랑이가 내 눈앞에 내 곁에 있기를 바라는 순수하지 못한 내 욕망 때문은 아닐까?

어쨌든 사랑이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 날이면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랑이도 자신이 보기에 괜찮은 녀석들을 데려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눈에 띄는 가까이에 있는 녀석들을 하나 둘 데려오곤 해서 녀석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식탁에 둘이 앉아 가벼운 품평 겸 소감으로 민준이 이 말 저 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아예 그런 자리를 만들지 않았고 민준의 의견 따위는 묻지도 듣지도 않았다.

마치 이제부터는 내 맘대로 내 식대로 살꺼예요 같은 반란? 아님 독립선언?

민준은 마음 속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사랑이와 불화라니 - - 생각 할 수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잘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잘 지내고 싶다. 그 어떤 관계로든. 내가 원하는 아빠노릇 아니면 아저씨라도 항상 가까이에 있으며, 볼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얘기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사랑이가 나에게 멀어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이제 사랑은 내 존재 이유가 되었다. 이상하게 맘이 자꾸 들뜨면서 안절부절, 식어버린 커피 잔을 들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 녀석은 나가는 문소리를 들었으니 돌아 갔을텐데 - - 사랑은 1층에 보이지 않았다.

“음, 음. 사랑아 차 마실래?”

목소리를 높여 불러 보지만 답이 없다. 뒤따라 나간건가? 아님 다시 마당에?

현관문을 열고 민준이 마당으로 내려섰다. 역시나 사랑은 아까 녀석과 나란히 앉아 있던 자리에 저 혼자 앉아있다.

“뭐 해?”

사랑은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민준을 쳐다본다.

“왜? 무슨 일 있어?”

순간 사랑의 표정이 나이든 여자처럼 알 수 없게 모호해진다. 가끔 민준을 당황하게 하는 표정이다.

언제고 편한 시간에 말을 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표정 너답지 않다고, 넌 젊고 예쁜데 왜 그런 쓸쓸한 표정을 짓냐고. 매번 생각했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왜? 무슨 일 있니?”

“성훈이가 그러더라고. 아저씨가 날 사랑하고 있대요. 자기를 바라보는 눈빛이 적의로 번쩍였대. 순간 쫄았대나 - - ”

민준은 등줄기로 알 수 없는 소름이 지나갔다. 나도 모르는 나를 본 건가?

“내가 그랬지, 당연하지 - - 아빠 눈에 딸 주변에 얼쩡대는 늑대가 예쁘게 보일 리 있냐고. 쓸데없는 말을 해서 나한테 등짝을 얻어 맞았지만”

“그랬군. 근데 니가 막 웃었잖아”

“다 보고 있었네. 성훈이가 진짜면 어쩔래? 그러잖아 - - 그래서 내가 그랬지. 그게 뭐 어때서? 근데 그렇게 말 하구 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더라고“

민준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녀석이 돌아가고 사랑은 저 혼자 마당에서 어떤 생각에 빠져 골몰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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