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민준
사랑이 내 딸이면 얼마나 좋을까 - - 잠시 부질없는 생각이 들었다.
서류상으로는 엄연히 부녀지간, 현실에서도 서로 믿고 의지하는 가족이상이다. 민준은 사랑의 피어나는 젊음을 보며 시들어 가는 자신의 젊음을 보았다. 사랑이 대학생이 되고 아가씨가 되고 또 엄마가 될테지 - - 자신은 곧 오십이 되고 육십이 되고, 사랑이도 떠나 버리면 쓸쓸한 노인이 될 것이다.
인생이 참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춘이, 젊음이 이렇게 짧은 줄 알았다면 진작 열심히 잘 살았어야 했다.
어쩌면 지수와도 그렇게 흐지부지 끝내질 말고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어야 했다. 어쨌든 힘든 시간 같이 버텨냈으면 지금쯤 많이 달라졌을까? 괜찮아지고 행복했을까? 가보지 않은 길이다.
알 수 없는 길, 결과 또한 알 수 없고 비교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랑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갔다. 등록금을 받으며 많이 미안해 했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을께요”
대학생이 되었으니 알바도 해 보고 하고 싶은 거 다 해야지 들뜬 마음이 보여서 민준은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래 - - 맘껏 해 보렴. 청춘은 짧단다.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하고 - -
부러운 젊음, 민준도 속절없이 흘려버린 자신의 젊은 시간들이 아프게 다가 왔다. 불화하는 부모님을 보며 하루라도 빨리 독립 하고 싶어 서둘렀다. 처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에 와서 고생도 많이 하고 서러움도 많이 당했다. 월급을 떼이기도 하고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했다. 나중에 밝혀지긴 했지만 순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몇년동안 세상에 치이면서 지독하게 고생하고 대학을 갔다. 누구의 도움도 없었기에 4년 대학을 6년을 다녔다. 그래도 독한 마음으로 노력해서 취업을 하고 자리를 잡았다.
예쁜 여자와 연애도 정신없이 하고 결혼도 하고, 그리고 그 다음은 인내와 고통, 번민과 괴로움, 인생의 쓴 맛을 톡톡히 보았다. 그러다 사랑이가 오고 지수가 떠나고 평화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나름 행복하고 좋았다.
민준은 나이 들수록 작은 것이 좋았다. 편했다. 작은 행복, 작은 평화. 젊은 시절 자신이 누리지 못하던 것들이 이제 와서 새삼 소중했다. 원래 행복의 본성은 큰 것이 아니었다. 작고 소소한 것들, 친절한 말, 다정한 말투, 걱정하는 눈빛, 토닥이는 손길들. 급하기만 했던 젊은때는 무엇이든 맘에 차지 않았다. 스스로 상처내고 상처 입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눈앞에 행복을 번번히 놓치기도 했다. 실체 없는 행복을 잡으려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시간을 낭비한 죄, 젊음을 낭비한 죄, 지난날 큰 잘못이었다.
“아저씨, 저 오늘 늦어요. 먼저 식사하세요. 미안. 헤헤”
“음, 그래, 알았다. 많이 늦지 마라”
“네. 아저씨 누워서 티비만 보지 말고 운동해요. 운동”
“나가서도 잔소리냐?”
“아니. 걱정돼서 - - ”
“알았다”
아빠자리는 내주지 않으면서 딸 노릇은 곧 잘 한다. 처음엔 없던 잔소리가 나날이 는다.
데이트하는 딸이라니 - - 기분이 묘해진다. 왠지 질투도 나면서 걱정도 되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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