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랑
" 알았어. 알았어"
“아이 - 난 정말 진심이라구요"
"알았어. 알았대두. 그냥 아저씨로 만족하고 오래 살께. 됐지?”
"넵. 하하하하"
사랑이가 크게 웃었다. 왜 이 아이의 웃음소리는 공허하게 들리는 걸까.
작은 일도 크게 웃어 버리는 - - 어쩌면 스스로를 위로하는 눈물이 스며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넌, 어쩔려구 그 아일 아직도 끼구 있는거냐?”
돌아가시기 전까지 어머니의 걱정 섞인 타박을 들었다. 잠시 동안이지만 손녀라고 사랑을 주시던 분이었다.
지수와 헤어지고 당연히 사랑이도 보낼 줄 알고 계시다가 민준의 속마음을 알고 통화할 때마다 성화였다.
이렇게 이쁜 아이를 - - 이렇게 착한 아이를 - - 어머니는 왜 보려고 하시질 않는지 도리어 민준이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아저씨, 연애 좀 해 봐요"
요샌 사랑이가 부쩍 연애타령이다. 저도 좀 있으면 남자친구도 사귈텐데 아저씨가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불쌍한 아저씨 혼자 두고 저만 연애하면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하루빨리 연애를 하라고 종종 문자로, 때론 농담처럼 말을 한다. 민준은 순간 쓸쓸한 기분이 되어 생각에 잠겼다.
지수와 헤어지고 다시는 연애감정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사랑도 두렵고 결혼도 두려웠다.
사람의 알 수 없는 이면이 두렵고 보이지 않는 진실이 두려웠다. 이제 내 인생에 사랑은 없다. 그러므로 당연히 연애도 없을 것이다. 자신의 이런 맘을 알면 사랑이 실망하겠지만 뭐 하는 수 없다. 이건 내 인생이니까.
사랑이 날이 갈수록 예뻐지고 있다. 뭔가 점점 환해진다고 해야 할까. 특별히 오목조목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쌍꺼플 없는 길쭉한 눈은 서늘한 매력이 있다. 여자의 외모에 큰 관심은 없는 편이지만 사랑의 눈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지수가 떠올랐다. 지수에게 빠져 든 것도 아마 눈, 저 눈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참이나 지난 후에, 쓸데없이 깨달음이 오는 것들이 있다.
사랑의 당찬 성격, 속 깊은 슬픔을 감추고 크게 웃는 너털웃음, 시크한 표정까지 - - 아마도 사랑은 매력 있는 아가씨가 될 것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청년들이 애태우고 불태울 것이다. 민준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뭐 할지 정했어?”
“음, 그게, 좀 고민예요”
“뭐가?”
“맘 속은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러면 경제적 독립을 못 할 거 같애서 - - 음”
“경제적 독립도 하고 글도 쓰고, 두 가지는 다 못하나?”
“그게요. 글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 - 취미가 아니라 전업으로 하려면 아무래도 - - ”
“전업이라? 그럼 선생님은 어때? 아이들도 가르치고 글도 쓰고 - - ”
“아. 확실히 그건 아니고, 저는 누굴 가르칠만한 사람은 아니랍니다”
“그럼 일단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가야겠네”
“그렇겠죠? 일단 공부는 그쪽으로 하고, 에이. 취업은 나중에 걱정해야지 - - ”
“그래 - - 니 맘도 변할 수도 있는 거니까. 내일 고민은 내일 하자. 오케이?”
"넹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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