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생일
“우와- 굉장한데? 맛있어. 맛있어 - - ”
“진짜요? 성공. 인터넷 정말 열심히 찾아봤거든요. 하하하”
사랑은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어 제꼈다.
“그렇게 좋아?”
“아저씨는 안 좋아요?”
“좋지. 너의 솜씨가 나날이 발전하는 거 같아 기뻐. 정말 기뻐 - - ”
“약속한 거 잊지 마세요. 다음 달부터는 아저씨 한 주, 나 한 주 그렇게 밥 당번 하는 거예요. 내가 이래봬도 학생이거든요. 공부도 좀 해야지요”
“그래 - - 알았어. 알았어”
커피를 손에 들고 2층 서재로 올라오면서 민준은 자신이 지금 행복하다고 느꼈다.
아내라는 빈자리는 있지만 부족하지 않았다. 세 식구가 살적에도 지금처럼 화목하진 못했다.
1년 후면 사랑이도 중학생이 될 것이다. 사춘기 여자아이라니 - - 과연 자신이 잘 감당해 나갈 수 있을지 자신은 없었지만 기대감에 가슴이 울렁거리기도 했다. 사랑에게 하루에 한 시간 토크시간을 갖자고 해야지. 너무 긴가? 그럼 30분쯤. 저는 요플레 먹고 난 커피 마시면서, 친구 얘기도 하고 학교얘기도 하고, 무슨 말이든 잘 들어 줘야지 - - 가능한 질문은 하지 말고, 언제든 제 편이 되어 줘야지 - - 생각만으로도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아빠자리를 내 주지 않는 사랑이 처음엔 섭섭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아저씨면 어때. 사랑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는 거야 - - 민준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비로소 행복한 가정이 된건가?
“저, 아주머니. 사랑이 엄마가 없어서 그런데요. 여자애한테 필요한 게 뭔지 잘 모르니 - -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아. 네. 걱정마세요. 제 딸이 연주랑 동갑이네요. 제가 알아서 챙길께요”
“네. 고맙습니다. 이 달 수고비하고 연주 속옷이랑 필요한 거 준비 좀 해 주시라고 십만원 더 넣었습니다”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는데 - - 남으면 다음번에 쓸께요”
“아. 네. 감사합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민준은 사랑에게 아주머니에게 니가 필요한 거 말하라고 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저, 어린애 아니예요. 제 일은 제가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어른 도움이 필요할 때 있으면 언제든 말해. 너 혼자 끙끙대지 말고 - - 아저씨한테 말하기 곤란하면 아주머니한테. 지난번에 전화번호 준 거 알고 있지?”
“네, 걱정 마세요. 헤헤”
언제나 밝게 웃는 녀석이다.
민준의 45번째 생일. 며칠 전부터 사랑이 분주하게 들락거리더니 퇴근 시간에 전화가 왔다.
“아저씨. 집에 일찍 올거죠?”
“아닌데”
“어. 그러면 안 되는데 - - 급한 일 있어요?”
“왜?”
“애인도 없는 쓸쓸한 남자가 있는데요. 위로를 해 주려고 했더니 - - 흥”
“뭐? 그렇게 불쌍한 사람이 있어?”
“그러게요. 헤헤”
“너, 너 - - 아저씨 놀려 먹으면 재밌냐?”
“얼마나 재밌게요. 헤헤”
“뭐 필요한 거 있니?”
“아뇨, 그냥 오세요”
저녁 식탁에 작고 귀여운 케익이 올려져 있었다. 빵집 사장님께 특별히 부탁해서 글씨를 써 넣었다고 했다.
오래오래 사세요 ^^
“뭐야? 이 말 뜻은?”
“오래오래 사시라구요. 아저씨가 있어서 좋았어요. 오래오래 사시라구요. 나중에 할아버지 되면 내가 다 보살펴 드릴께요”
“나더러 빨리 할아버지 되라구?”
“아이참, 그 말이 아니라요"
“그 말이 아니라면 오래오래 니 뒷바라지 하라구?”
“아이 참, 칫”
“하하. 미안미안, 삐지지마 - - 알았어. 알았어. 껌딱지처럼 너한테 딱 붙어서 오래오래 살께”
“아직도 아저씨라고 해서 서운해요?”
“음. 아픈 상처를 - - ”
“나도 어떨 땐 그냥 아저씨를 아빠라고 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치만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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