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사랑
사실 민준은 따뜻한 가족을 꿈꾸었다. 너무나 다른 성격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내던 부모님을 보면서 맘속으로 자신은 정말 서로를 염려하고 아껴주고 세상 누가 뭐래도 같은 편이 되는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아름답고 섬세하고 독특한 그녀에게 맘을 주었을 때, 잠시 잊었지만 결혼 후 1년은 잘 살아 온 것 같았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민준은 따랐으며 어떤 의견도 내지 않았다.
집안의 모든 물건들은 저마다 제자리가 있었고, 무슨 일이든 순서가 있었고, 어떤 일이건 그녀가 정한 규칙과 방법이 있었다. 그녀의 이상한 강박이 처음엔 새롭기도 했고, 나름 질서가 아름답기도 했으므로 민준은 좋았다.
그러나 회사 일에 지친 민준의 일상에 작은 일탈도 허용치 않는 그녀와 다툼이 시작되면서 그 모든 것들은 족쇄가 되어 민준을 조여왔다. 점차 집 밖으로 도는 그에게 그녀는 위치추적은 물론 동행한 사람들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사태가 종종 벌어지고 말았다. 이젠 그녀처럼 민준도 가까운 지인도 친구도 다 떨어지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지금 자신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깨달을 즈음, 장모님이 말했다.
우리애가 마음에 병이 있다고 - -
한편으로 그녀가 가엾기도 했으나 자신은 더 가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모님이 궁여지책으로 아이를 입양하자고 하셨다. 우리는 준비도 돼있지 않고 사랑도 부족한 부모였지만 경제사정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므로 부모가 돼보기로 했다. 그러나 지수가 사랑에게 몰두한 시간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녀는 다른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이었다. 금방 지쳤으며 마음이 식으면 모든 게 심드렁 무심해졌다.
엄마라고 부르라고 강요하던 그 마음은 간데없고 부모가 되려고 했던 그 마음은 어느샌가 사라졌다.
민준은 처음부터 조마조마 맘 졸이며 지켜봤지만 정작 지수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어쨌거나 무책임한 어른들 때문에 상처 받는 건 어린 사랑이였다.
“사랑아 - 엄마가 외할머니 집에 가셨어. 당분간 안 오실꺼야”
“네. 알아요”
“앞으로는 사랑이랑 아저씨랑 둘이만 살지도 몰라 - - 괜찮지?”
“정말요?”
“왜? 싫어?”
“아뇨, 전 괜찮아요”
“그래, 우리 잘 지내보자 - - ”
“네, 아저씨. 저도 도울께요”
사랑은 왜? 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걸 더 어린 나이 때 알았을 것이다.
민준은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무슨 일이건 생기는 대로 고민하고 해결하면 될 것이다. 지금부터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퇴근 시간이 되면 민준은 매일 사랑에게 문자를 했다.
"사랑아. 저녁에 뭐 먹을까? 필요한 게 있으면 말 해”
“마트에서 파스타 1봉, 소스 한 병, 치즈, 양파, 냉동새우 필요해요. 오늘 저녁은 스파게티. 짜잔 - - 뭐든지 제일 작은거로 사면 되용. 앗, 치약도 사야 됨”
“오케이”
12살 사랑은 눈썰미도 좋고 손끝도 야무졌다. 작은 거 하나도 허투루 보는 법이 없다.
민준은 가벼운 발길을 재촉해 마트로 향한다. 흥~흥~ 언제부터인가 일상이 즐거워졌다. 처음 몇 달간은 서툴고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사랑이 먼저 생기를 찾았다. 집안을 치우고 정리를 하고 냉장고를 챙겼다. 민준에게 잔소리를 시작했으며 말이 많아지고 웃음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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