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6. 떠난 지수

by 김정욱

지수는 회사일이 바쁜지 어쩐지 퇴근도 늦고 사랑이뿐 아니라 민준에 대해서도 무심했다.

그 날 저녁, 낮에 아주머니가 미리 해 놓은 반찬을 차려놓고, 민준과 사랑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 때 현관문이 열리며 지수가 들어섰다.

“뭐야? 나만 빼놓고”

“어 - 왔어? 밥 먹자. 내가 했어”

지수는 잘 차려진 식탁을 한참이나 선 채로 바라보았다.

머쓱해진 민준과 사랑은 굳은 모습으로 얼음이 되었다.

“난 필요없는 사람이 된 거야? 그런 거야?”

“그런 말이 어딨어? 당신이 바쁘니까 도와주실 분을 좀 불렀어”

“난 몰랐는데 - - ”

갑자기 지수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사랑은 조용히 일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난감해진 민준은 어떻게 설명을 해서 이해를 시킬까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고, 필요이상 심각해진 그녀에게 안방에 있는 약을 갖다 줘야 하나 어쩌나 망설이고 있었다. 지수에게는 최선이란 게 없다. 그녀의 마음이 쏠리는 것이 최선이고 답이었다. 다른 사람 기분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민준은 주섬주섬 식탁을 정리를 했다. 아직 두 숟깔 밖에 먹지 않았는데 사랑이 배가 고프겠구나 - - 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돌발적인 상황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방으로 들어간 지수를 따라 들어가 이 말 저 말 맘이 풀어지도록 애써야 하지만 그것도 귀찮아졌다.

그 사람 인생은 그 사람이 알아서 할 것이다. 눈앞에 있는 내 인생도 힘든 마당에 지수 인생까지 돌보고 싶지 않다는 맘이 처음으로 들었다. ‘아. 나도 변했구나 - - ’ 그동안 이래저래 힘들었던 맘이 이제는 지쳐버린 것이다. 내가 노력한다고 그녀가 달라질 것도 아니고 내 인생도 그녀처럼 우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는 솔찍한 심정이 되었다. 다만 그녀와 결혼 한 나의 선택에 비겁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가 먼저 그녀를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가 떠난다면 그녈 잡는 일도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우린 각자대로 살아온 터, 이별을 한다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 갈께”

“연희동 가는 거야?”

지수는 말 없이 큰 여행 가방을 끌면서 집을 나섰다. 곧이어 차 소리가 들리고, 그녀는 떠나갔다.

이별을 재촉할 만한 어떤 일은 없었다. 그동안 조금씩 쌓아온 인내심이 한 순간 무너졌을 뿐. 장모님한테 전화를 해야 하나 어쩌나 잠깐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 또한 그만 두기로 했다. 아마 장모님은 놀라시지 않을 것이다. 언제든 지수가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늘 하고 계셨을테니.

민준은 사랑의 방문을 보았다. 다시 불러서 저녁밥을 먹여야 하나? 하지만 그 또한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있고 싶었다. 오늘, 이 이별이 짧을지 길어질지 - -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민준은 자신이 냉정한 사람이 된 거 같다는 생각을 했고, 원래 냉정한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수가 떠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지수에게도 장모님에게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

민준도 몇 번인가 전화기를 손에 들었지만 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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