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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by 김정욱

8-19. 그런데 그 음악 선생님한테 순자가 개인레슨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개인독창 부문에 순자가 신청을 했는데, 음악 선생님이 순자에게 개인지도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음악 선생님한테 개별 수업을 받는 게 규정위반도 아니고, 누구라도 받을 수 있는 거지만 여태까지는 결코 아무도 없었고 순자가 최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참한 예쁨은 아니지만 어딘지 도발적인 매력을 가진 순자가, 더구나 선생님을 전혀 어려워하지 않는 그 순자가 그 쑥맥 같은 순한 남자, 도발의 진주에게 어떤 짓을 할지 우려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거리낌 없는 순자는 종종 수업시간에 생뚱맞은 질문을 선생님에게 하곤 했는데, 그건 순전히 개인 호기심 같은 거였는데 때론 모두의 궁금증이기도 해서 아이들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선생님을 주목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영어 선생님한테도 거침없이 손을 들더니 다짜고짜 질문을 했다.

"선생님의 사랑은 진행형인가요? 완료형인가요?"

"사랑에 완료형이 있을까? 진행형 아니면 쉼표 정도.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순자의 느닷없는 질문에 공연히 땀을 빼는 선생님도 있어 나름대로 아이들은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음악 선생님도 예외는 아니어서 순자의 궁금증에 답을 내놓지 못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선생님은 나이가 마흔이신데, 비혼인가요? 미혼인가요?"

"에- -그러니까 그건 아주 사적인 질문이라- - -에- - 그러니까 내가 여러분한테 그걸 말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데- - 에- -그러니까- -"

"그럼, 아직 노선정리가 안 되신거군요. 서두르셔야겠네요"

후후후후- - 교실 안에 나지막히 웃음소리가 깔렸다.

음악 선생님은 당시 귀까지 아니 목덜미까지 벌개져서 수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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