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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by 김정욱

9-19. 그런 순자가 무슨 맘으로 음악선생님을 찾았는지 아이들은 조용한 불안을 느꼈다.


순자가 어떻게 나오든, 가볍게 대하거나 아니면 선생님의 권위로 세게 밀어 붙이면 될 것을 음악 선생님은 그것이 서툴렀다.

매사에 너무 진지하고 무거워서 연애를 못했을거란 공론을 만들었고 측은지심을 키우기도 했다. 어쨌든 이 주 남짓한 시간, 아이들은 저마다 제 일로 바쁘면서도 순자에게 관심을 늦출 수 없었다.


어제는 아이들이 잘 다니는 떡볶이 집에 음악 선생님하고 순자가 왔다더라. 헐! 대박!

또 하루가 시끄러웠다.

배가 고프면 먹을 수도 있는 거지. 뭐가 문제지? 하면 문제가 없다. 한데 그 뒤에 다른 말이 붙으면 달라졌다. 아무 말 없이 먹기만 하더라. 이것도 이상한 거고, 무언가 머리를 맞대고 속닥속닥, 그것도 이상한 거고. 옆에 나란히 앉았다 하면 그것도 이상한 거고. 마주 보고 앉았다 하면 그것도 이상한 거다.

표정이 너무 밝거나 웃으면 뭔 일이 있는 거고, 너무 침울하거나 무거우면 그 또한 뭔 일이 있는 것이다.


호기심 왕성한 여학생들의 상상력은 우주를 초월해서 팩트가 팩트를 지우고 지워서, 픽션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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