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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by 김정욱

10-19. 깊어가는 가을.


언덕 위 명문실업고등학교에는 수상한 소문이 은밀히 돌고 있었다.

순자가 영어 선생님하고 연애를 하고 있고, 동시에 음악 선생님하고도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이다. 모든 소문에는 실체가 없듯이 소문만이 무성했는데 그 중에는 그래도 뭔 일이 있었으니 그런 말이 돌 거라고 일부 진실론을 주장하는 애들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순자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드러날지 모르는 시시한 팩트를 두려워해서인지, 새로이 알게 될 팩트가 무서워서인지 누구도 순자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일요일. 보통은 일요일에 학교에 오는 학생은 없다.

하지만 '가을의 밤' 행사가 잡히면 자발적으로 학교에 나왔는데 그것도 이른 시각이라 할 수 있는 아침시간 때부터 학교에 나타났다.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제일 근사한 옷으로 골라 입고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젊음을 과시했다.

교복 안에 감추어져 있던 싱싱한 기운들이 마음껏 뿜어지며 학교 안은 이상한 활기로 출렁거렸다.

"얘들아. 음악실 문이 잠겼어? 왜지?"

"그럴리가? 도발진주. 출근 했을걸. 때가 때이니만큼"

"그러게"

"아- 순자 찾아 봐. 순자. 어디에 있는지?"

"음악실에 있나? 혹시?"

"뭐? 설마?"

우르르- - 몇몇 아이들이 음악실로 몰려갔다.

두툼한 방음문에 붙어 열심히 귀를 대본다 어쩐다 소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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