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9. 드디어 학교 이 곳 저 곳에 '가을의 밤' 행사날짜가 적힌 현수막이 펄럭였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되기전 늦가을.
일 년 동안 공부에 시달린 학생들, 위로 겸 축제 행사로 갖가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시화전, 합창, 독창, 연주회. 단막극, 팝 댄스에 풍물놀이까지.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되었다. 반별로 학년별로 신청할 수도 있고 개인 신청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즈음 학생들은 몸과 맘이 함께 분주했다.
반별로 출전하는 합창은 기본이고, 다른 하나씩은 의무적으로 해야 돼서 우리 친구들은 가장 만만해 보이는 시화전에 작품을 내기로 했다. 우리는 합창연습도 해 가면서 개인작품도 준비 하느라 학교 정규수업이 끝나도 자발적으로 8시, 9시까지 남아 행사 준비에 몰두했다.
이때는 일 년에 한 번, 음악선생님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때이기도 하다.
도 진영 음악 선생님. 학교 내 몇 명 없는 싱글남이기도 하지만, 전혀 여학생들의 눈길을 수렴하지 못하는 비운의 남자이기도 하다. 외모로 치자면 하중에 하. 데코로 치자면 상중에 상. 언발란스 한 모습을 보며 학생들은 도발의 진주라는 별명을 만들었다.
사람의 얼굴은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면, 눈이나 눈썹, 코 아니면 입. 아니면 웃는 모습. 깨끗한 치아.
잘생긴 이마, 아니면 피부라도 어느 한 곳은 예쁜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음악 선생님은 불행히도 단 하나, 굵게 쌍꺼풀 진 눈은 괜찮기는 했는데 다소 튀어나오기도 하고 너무 크기도 해서 오히려 감점이 되었다.
음악선생님은 단지 음악으로만 존재할 뿐. 평소에는 학생들의 관심 밖에 머물다가 비로소 '가을의 밤' 행사에서 잠시 반짝 빛이 났다.
'논 - - - 띠스꼬르- -따르띠메 ---'
묵직한 목소리로 물망초 주제가라도 부를 때면 다들 그 순간만큼은 잠깐 감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