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 사랑

by 김정욱

6-19. 아이들의 무차별 질문에 시달린 순자는 간단명료 발언을 했다.


자신의 두 오빠는 미국에 있고, 자신도 졸업하면 부모님하고 미국으로 갈 꺼라고. 자기는 성적 따위는 관심 없고 졸업만 하면 된다고. 그러니 앞으로는 일체의 관심과 질문은 사절이라고.

졸업하고도 한국에 고스란히 남겨질 아이들은 묘한 부러움과 시기심을 느꼈으나 어쨌든 그건 순자의 인생이었고, 자신들은 다가 올 기말고사에 다시 시달려야 한다는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렇게 공공연하게 순자와 영어 선생님은 1일 1데이트 커플이 되었다.

영어 선생님으로 말하자면 지금은 다소 왜소한 체격이지만 키는 훤칠하게 크고 깔끔한 입성에 댄디보이라는 별명이 있다. 대학때는 산악부 활동도 엄청 열심히 해서 과락을 맞아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했다고. 같은 동아리 여학생과 씨씨 커플로 오랜 기간 연애를 했고, 결혼을 한 남자. 자신의 인생에서 사랑을 완성한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어쨌거나 싱글남은 아니어서 여학생들의 뜨거운 사랑은 받지 못했지만 열정적인 수업으로 많은 고정팬들이 있었다. 특히 영어를 싫어하고 거부하고 멀미하는 학생들을 위해 달콤한 당근을 만들었으니 바로 팝송 따라부르기. 정말 인기가 많았다.

과연 영어에 낙제점을 맞는 아이들도 기꺼이 한 목소리로 선생님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웰 투 데이- - 아임 쏘 웨어리- - - 투 데이- - 아임 쏘 블루- - -

선생님이 노래를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선생님도 완벽할 수는 없을 터, 영어를 잘 하면서 노래까지 잘 할 수 없을거라 이해를 하며 나름대로 재미를 붙였다.

한 시간에 두 문장 정도, 아이들이 감질나도록 아껴가면서 가르쳤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