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 대부분 여학생들은,
등교의 목적이 학업성취 보다 친목도모가 우선시 되는 관계로 쉬는 시간에는 더 바빠지기 마련이지만 예외가 있었으니 그 중 하나가 순자였다.
어느 날, 영어 수업이 끝나고 앞문으로 나가신 선생님이 다시 뒷문으로 들어오셔서, 이어폰을 꽂은 순자에게 다가가서, 한 쪽 이어폰을 쑥 빼서 자신의 귀에 꽂았다.
어찌나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인지,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본 애들조차 처음엔 이게 뭔 일이지 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돈 워리. 아이윌 데어 라잇 온 타임. 음--음-"
"뭔데요?"
날카롭게 소리치며 순자가 선생님 귀에 있던 이어폰을 거칠게 나꿔챘다.
'뭔데요?'라니. 감히 선생님한테. 순간 모여 있던 아이들은 일제히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미안. 궁금했거든. 니가 쉬는 시간에 뭘 듣고 있나?"
"무슨 상관인데요?"
"아니. 내가 궁금했다고. 그냥"
"칫!"
"놀라운 걸. 니가 영어 공부를 할 줄이야"
아이들도 눈이 커졌다. 매일 듣는 것이 영어 공부였어? 우리 가슴을 들뜨게 하는 오빠들의 노래나 뭐 그런 게 아니고?"
"졸업하구 이민 갈 꺼라구요"
모두가 이해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매사 심드렁한 순자를 이해했고,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순자를 이해했다.
"오늘부터 종례 끝나고 나한테 와라. 30분정도는 내가 도와줄께"
그렇게 영어 선생님은 경쾌하게 입장정리를 끝내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