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27. 빨래

by 김정욱

“아. 힘드는구나. 역시 - - ”

“왜? 재미없어?”

“밟을 때는 재미있었는데 탈수하고 뒤집고 헹구고 아 - - 힘드네요”

“몰랐지?”

“아저씨가 도와줄께 빨리 끝내자”

“제가 또 일을 만들었죠? 헤헤 - - ”

“지금이라도 아니 다행이다”

결국 제 이불하나만 빨고 다른 것들은 다시 세탁기 차지가 되었다.

“여름에 수영장으로 써야지 - - ”

“들어앉으면 꽉 찰텐데 - - ”

“괜찮아요. 시원 할꺼예요”

“니가 스무 살쯤 어리면 딱 좋을텐데 - - 그러면 여름에 정말 수영해도 어울릴테고”

“마당에 통을 내놓고 햇볕에 물이 따뜻해지면 찰박찰박 물장난 치고 싶었는데 - - 잘 됐어요. 어릴 때 못 했는데 지금이라도 해 봐야죠”

“위기를 긍정으로 - - 역시 사랑이다워”

민준은 어지러진 마당정리를 끝내고 집안으로 들어오자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고 있다. 역시 라면이야 - - 사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쓰던 힘을 썼더니 출출해진 참이다. 사랑이가 냉장고에 있던 갖가지 야채들을 쓸어 넣고 푸짐하게 라면을 끓이고 있다. 근데 스파게티는 어디가고?

“왜 갑자기 통빨래가 하고 싶은거냐?”

“친구랑 얘기하다가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엄마랑 이불빨래를 그렇게 했다구요. 재미있었대요. 그런데 제 기억에는 엄마랑 뭘 해 본 적이 없어요. 너무 아쉽기도 하고 - - 어린 시절 추억이 없는 게 좀 슬펐어요”

“그랬구나. 대개는 사람들이 해 보지 못한 일에 대해 후회를 많이 하지. 기왕 한 일에 대한 후회도 하겠지만 미련은 남지 않겠지 해 봤으니까. 너도 지금 니가 해야 할 일을 다 해봐라. 여행도 하고, 연애도 하고. 공부도 실컷 해보고 - - ”

“그러고 싶어요.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 - - 난 젊을때 뭘 해보고 싶다 그런거 보다 하루빨리 자립해야겠다. 돈 벌어야겠다. 그런 생각뿐이었는데 - - ”

“후회 하세요?”

“음 - - 그렇게 지나버린 젊은 날들이 아까운 생각이 들긴 해”

“돌아간다면 무얼 하고 싶으세요?”

“아니 아니 돌아가고 싶지 않아. 힘든 생각만 나 - - ”

“에이 그래도요”

“글쎄 - - 음 연애?”

“연애요? 엄마랑 연애하셨잖아요”

“그때는 이십대 후반이었고. 결혼해야겠다고 맘먹었을 때고”

“그럼 그 전에는요?”

“대학때 내가 좋다고 한 여학생이 날 따라다닌 적이 있었는데, 근데 그 사람을 한번도 제대로 봐준 적이 없었어. 그 생각이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들더라고 - - 그때는 내 맘에 여유가 없었어. 연애라니 - - 그럴 꿈도 못 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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