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이불
“아저씨. 택배 올꺼예요. 아주 큰 거 - - ”
사랑이가 보낸 문자다.
“뭔데? 뭐가 크다고?”
“그런 게 있어요. 헤헤”
크다니? 뭐가? 민준은 안절부절. 정체모를 택배를 기다린다.
잠시 후, 택배로 받아 든 물건을 보고 민준은 웃음이 났다.
커다란 고무 통. 이 아이는 이 물건을 어디에 쓴다고 산거지? 알 수 없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민준이 문자를 했다.
“이불빨래도 하고요. 여름에 마당에 놓고 수영복 입고 물놀이도 하고요”
“뭐라고? 다 큰 처녀가?”
“생각해 보니 어릴 때 못 해 봤더라고요. 지금이라도 해 볼려고요. 드라마에서 이불 빠는 걸 봤는데 꼭 해 보고 싶었어요. 물어보니 깨끗이 빨아진대요”
얼마나 힘들고 귀찮은지 아느냐고 한 마디 하려다 그만둔다. 해 보고 싶다면 해 보면 될 것을 - - 힘이 들면 얼마나 든다고. 신기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들떠 있는 아이한테 무슨 말을 덧붙이랴. 기왕이면 자신의 이불까지 맡겨봐야겠다는 심술이 생겼다.
그 날 저녁을 먹으면서 사랑은 신나서 말했다.
“아저씨. 이번 주말 비워 놓으세요. 이불 빨게 - - ”
“나도 있어야 하는게냐?”
“네, 그럼요. 아저씨가 도와주셔야죠. 저는 첨인데 - - ”
“난 내꺼까지 꺼내 놓고 도망가려고 했는데 - - 쯧”
“에이 - - 빨래 끝나면 맛있는 거 해 드릴께요”
“뭐?”
“아저씨 좋아 하는 스파게티 정도”
“음. 그렇다면 - - ”
세상에 - - 이불빨래를 재미나는 이벤트로 여기는 아이가 여기 있다니 - -
주말이 되자 사랑은 두꺼운 커튼부터 겨울 내 덮었던 이불까지 한아름 꺼내왔다. 큰통은 벌써 물이 반이나 채워져 거품까지 가득 차 있었다. 민준은 일단 빨래감을 탁탁 털었다. 예전에 어머니와 빨래하던 생각이 떠올랐다. 쌀쌀한 초겨울이었는데 찬물에 이불을 담그고 뜨거운 물을 부어가면서 신나게 빨았었다. 처음엔 어머니 부탁이 탐탁치 않았으나 실제로 맨발로 빨래를 하다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깨끗하게 변해가는 빨래도 신기했고 어머니를 도울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예전에는 이불호청을 일일이 손으로 꿰메야 했었는데 지금은 그대로 빨기만 하면 되었다. 사랑은 바지를 무릎까지 올리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음악에 맞추는지 고개까지 까닥이면서 신이 났다.
“아저씨. 언제가지 해야 돼요?”
“글쎄 - - ”
“뒤집어서 밟아야죠?”
“그렇지”
“그담은요?”
“깨끗한 비닐 펴 놨으니 그위에 꺼내서 밟아야지. 탈수 해야지”
“아 - 네”
사랑은 일을 놀이삼아 하고 있다. 하지만 곧 일은 일일 뿐이란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는 이불빨래 하자는 말을 절대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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