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 사랑아

38. 사랑

by 김정욱

“아저씨. 안녕”

사랑이 경쾌하게 인사를 건넨다. 빵을 굽는지 고소한 냄새가 나고 있다.

“그래. 오랜만이네. 오늘을 안 나가냐?”

“헤헤. 내가 인기가 좀 많죠?”

“어이구 넉살도 늘었구나”

“회사도 나 아니면 안 된다 하고 병진이도 나 아니면 안 된다고 하니 - - ”

병진이 만났니?”

“며칠 전에요”

“아직 만나고 있는거냐?”

“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 - ”

“무슨 말이 그러냐.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헤헤. 그렇죠?”

“그럼 잘 되는 거냐?”

“그런 건 아닌데, 병진이가 이해하도록 도와줘야 해요”

“뭘 말이냐?”

“내 옆에 있을 사람이 왜 자기가 아닌 건지 - - 병진인 좋은 친구예요. 상처주고 싶지 않아요”

민준은 사랑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미 이 녀석은 맘을 정한건가? 돌이킬 수 없는건가? 시간이 늦어 버린 건가? 아득한 절망감이 들었다. 사랑 인생은 사랑이가 살아내야 할 제 몫이다. 어느 부모도 대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이가 자신에게 어떤 도움도 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 가슴이 서늘해졌다.

여기까진가? 여기가 한계인 건가? 스스로 자책감이 들어 온 몸이 휘청거렸다. 말없이 돌아서서 이층으로 오르는 민준에게 사랑이는 시종 명랑하게 물었다.

“아저씨. 오늘은 낚시 안가세요? 오늘은 시간 많은데”

자신의 방으로 돌아 온 민준은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이럴 때 다른 부모들은 어떻게 하지? 자초지종을 묻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대는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그냥 편하게 물어 보는 거야 아니면 집에 한 번 오라고 하던지 그 어느 쪽도 쉽지 않았다. 그저 사랑이가 어느 쪽이든 선택해 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오늘 외식 할까요? 초밥이 땡기는데’

사랑의 톡이다. 심상치 않은 민준을 보고 얘기 좀 하자는 신호다.

‘그러자’

무슨 말이든 하겠지. 아니면 내가 물어 보든가 - - 미리부터 심각해지지 말자고 속으로 다짐했다.

뭐 죽고 사는 일도 아닌데 별일이야 있을라구. 민준의 머릿속에 오래 전에 웃으며 봤던 일본드라마 ‘장인이라고 부르게 해 줘’가 떠오르는 건 왜 일까? 그런 악몽은 꾸고 싶지 않다. 결단코. 장인과 동년배 남자가 사위가 되겠다고 나타나는 그런 꼴은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다. 네버. 네버.

오랜만에 들른 ‘지중해 초밥’. 역시 기분 전환엔 초밥이다. 따뜻한 사케까지 한 잔 하고 나면 '인생 뭐 있어' 느긋한 맘이 되곤 한다.

매주 화/목/토 발행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아,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