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민준
“아저씨. 뭐 하고 싶은 말 있죠?”
“얼굴에 써 있냐?”
“왜요? 뭐 고민이라도? 아님 맘에 드는 분이라도?”
“고민이라면 우리 사랑이가 언제쯤 인사시켜 주려나 목 빼고 기다리는 고민?”
“헤헤. 제 연애는 제가 알아서 잘 할테니. 아저씨도 빨리 연애사업 하시라구요”
“자꾸 연애하라고 등 떠미는 걸 보니 네가 급한 거 아니냐?”
“그런 건 아니고. 진심으로 난 아저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난 말이다. 지금이 가장 좋다. 넌 어떨지 모르지만 - - 시간이 지나면 아마 난 지금 이 시간을 많이 그리워할게다. 정말로 - - ”
“후후 - 아저씨는 정말 사랑이를 많이 사랑하시는구나 - - ”
“일편단심 짝사랑이지”
“에이. 그건 아니죠. 제가 얼마나 아저씨를 사랑하는지 모르는구나”
“정말?”
“정말요”
“진짜?”
“진짜요”
"하하하 - - "
"하하하하 - - "
좋았다. 같이 좋은 식당가서 밥 먹고 공원에서 산책하고 마주보며 웃고 - -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엉켜있던 고민들이 순간 먼지처럼 사라졌다. 오늘만 같아라. 공연히 내일의 고민을 미리 가불할 필요는 없다.
내일 고민은 내일로.
“아저씨. 오랜만에 나오니까 너무 좋다. 우리 일주일에 한 번 음 - 힘들라나 - - 한 달에 한 번씩 이렇게 데이트 할까요?”
“오케이”
“우리 집에까지 뛰어 갈까요?”
“혹시 날 친구쯤으로 착각하는 거냐? 늙은이한테 뜀박질을 무릎에 해로워요”
“에이. 늙은이라니 - - 우리 아저씨 아직도 짱짱한데”
“아이구 모르겠다. 뛰어보자 까짓것”
십분거리쯤 집 앞까지 달려오니 숨이 턱에 차올랐다. 헉헉대며 집 안으로 들어서며 민준은 자신이 젊지 않다는 걸 저절로 알았다. 어쨌거나 시간이 천천히 가줬으면 했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 사랑이와 같이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좋다.
민준은 매일 지하철을 타고 시립도서관을 갔다. 책을 읽던 신문을 읽던 일단 출퇴근을 할 요량이다. 규칙적인 생활리듬도 필요했고 나름 썩 괜찮은 시간 보내기다. 평생 맘속으로만 생각했던 책 읽기를 지금에야 실컷 하게 되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까. 처음에는 무얼 읽을까 이것저것 뒤적거려 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리저리 책장을 옮겨다니며 꽂혀 있는 순서대로 읽고 있는 중이다. 도서관 열람실에 꽉 들어차 있는 책들이 보기만 해도 흐믓하다. 아마 평생 읽어도 남을 듯 싶다. 과연 어디까지 읽을 수 있을까?
“아저씨. 요즘 매일 어디 가세요?”
“매일? 아. 도서관에 간다. 왜?”
“계속 집에 안 계시길래 - - 혹시 새로운 취미?”
“음. 그렇지. 나도 모르는 나의 발견이라 할까. 진작 책을 열심히 읽었으면 좀 다르게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 - 어쨌건 시간이 후딱간다. 정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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