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베란다에 선인장만 12개. 원래는 세 개였다. 가장 평범한 주먹모양.
언제부터 우리 집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사지 않았을 것이다. 어디선가 얻어 온 건가? 어쨌든 7-8 년, 아니 한 10년쯤 됐으려나 - - 언제부터인가 베란다에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다. 화분이 작아질만큼 몸집이 커져 큰 화분으로 두 번쯤 분갈이를 했다. 몸통 주변으로 방울방울 새끼들이 생겨 청자색, 빨강, 핑크, 갈색등 앙증맞은 화분에 이사를 시키고, 또 몇 년이 후루룩 - 또 어느새 화분이 작아져 큰 화분으로 옮기고 - -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니 어느 날, 정신 차리고 세어보니 12개.
아 – 안되겠다. 얘들을 보내야겠다 생각을 하고, 하나씩 몸단장을 깨끗이 하고 사진을 찰칵. 바디프로필을 찍었다.
주말 휴일, 집에서 OTT, 유트브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고 있다가 뭔가 보람찬 일을 하고 싶어 오랜만에 ‘당근’을 열었다.
대 중 소, 3개씩, 총 4세트. 가격을 고민하다가 무나할까 잠깐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하는 맘이 들어서 무조건 1개 천원. 3개 삼천원. 한 세트안에 약간 모양이 이쁘지 않은 것이 있어서 그건 3개 이천원. 선인장을 내놓았다. 그래도 그동안 함께 산 세월이 있어 잔정이 들었는지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름 예쁘게 보였다. 내 눈에만 이쁜건가?
'당근'에 올리고 당일 저녁 쯤. 드디어 톡이 왔다.
‘전부 사고 싶다’는 어느 식집사의 톡. 사실 같은 종류 애들을 한 사람이 다 살 거라는 생각은 안 하고 있다가 첨에는 깜짝 놀랐다.
‘왜요?’ 저절로 튀어나온 내 말.
‘애들이 이쁘네요. 다 살께요. 내일 11시반에서 12시 사이에 갈께요’
‘아 – 네. 오시면 톡 해주세요’
예약이 되었다. 그동안 당근을 40번 이상 해봤지만 반응이 좋은 건 당일예약이 많다.
음. 어쨌건 예약이 되었으니 - - 이제 기다리면 되는 건가?
약간 아쉬운 맘도 들어서 – 솔직히 다 팔릴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이쁜 것만 하나 둘, 팔리고 나면 어짜피 몇 개는 남을테니 - - 그 애들은 계속 같이 살면 되는거고, 그랬는데 이 애들이 전부 간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서운한 맘이 들었다. 이제라도 10개만 판다고 해볼까 - - 아님 한 개만이라도 그냥 남긴다고 할까 - -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내일 살 사람을 만나면 얘기를 해봐야지 - - 맘을 먹었다.
다음 날, 애들을 만남장소까지 가져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커다란 마트 장바구니 단단한 밑창에 신문지를 깔고 제일 큰 아이 4개를 담고, 손잡이가 튼튼한 큰 비닐봉투에 단단한 박스로 고정을 시키고 몇 개, 휴지가 담겨있던 비닐봉투에 바닥을 단단한 박스로 고정을 하고 작은 아이들을 모두 담았다.
칼같이 정확한 시간에 만난 구매자.
“이쁘네요. 얼마죠?”
“12개이구요. 11,000원입니다”
“말도 안돼요. 이쁘게 키우셨는데 - - 너무 싸잖아요”
“네? 그렇긴하죠”
“그런데 왜?”
“너무 많아져서요. 딴 것도 있구 - - ”
“20,000원 드릴께요”
“네? 당근하면서 - - 이런 적은 처음이라 - - ”
“감사합니다. 잘 키울께요”
이렇게 되었다. 그동안 ‘당근’ 하면서 깍으면 깍아줬지 더 받아본 적은 없어서 첨엔 ‘이게 뭔 일이지?’ 그랬다. 하긴 그동안 많이 깍아줬다. 구매자가 나보다 나이가 있으신 분이면 스스로 가격을 내렸고, 어린 구매자면 또 가격을 내렸다. 또 구매자가 갑자기 가격흥정을 하면 그냥 다 깍아줬다. 어떤 때는 몇 천원 그게 뭐라고 - - 그러면서 그냥 ‘무나’하기도 했다. 목적이 ‘보내기’에 있었으므로 사실 가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 - 이게 무슨일? 하지만 이상하게 은근 기분이 좋아지고 뿌듯한 맘이 들었다. 뭔가 진심을 알아봐주는 것 같고, 좋은 사람한테 보내는 것 같아 맘이 놓이고 감사했다.
‘헐 - 이럴 수도 있구나 - - ’
그동안 한 번도 생각 못 했는데, 내 기준으로 생각해서 너무 적은 금액이면 더 줄 수도 있는 거구나. 새삼스런 깨우침이 들었다고나 할까 - - 이런게 맘의 여유려니 - -
경황 중에 집에 오고 나니 ‘아 – 못 물어 봤네 - -’ 선인장 생각이 났다.
베란다 텅 비어버린 선인장 자리를 보며 아쉬운 맘을 달래다가, 케일 화분에서 손가락만한 선인장을 발견, 얏 – 호. 심봤다.
지난 주, 큰 선인장 옆에 달려 위태위태 몸을 키우고 있던 녀석을 발견하고 뚝 떼어 임시로 케일 화분에 꽂아 놨는데 - - 잊어버리고 있다가 지금에야 발견한 것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 - 그리하여 우리 집 선인장 젤 꼬맹이가 남게 되었다는 얘기. 그래도 덕분에 섭섭하던 맘에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 -
‘거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쁘게 키워주세요’
거래 후기를 남겼다.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