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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by 김정욱

16-19. 겨울방학이 끝나자,


얼음이 풀리며 다시 봄이 왔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 저마다 분주하게 일상이 돌아갔다. 실업학교에서는 3학년이 되면 선생님이나 아이들 모두 신경이 곤두선다.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도 따야 하고, 이년 동안 놀고 지낸 벌을 톡톡히 받아야 한다. 물론 몇몇 예외는 항상 존재하기는 했지만.


개개인이 분명 잘 하는 것과 잘 해 낼 수 있는 것이 있을진대, 상관없이, 공평히, 누구나 똑같은 자격증을 따야한다. 그래서 거의 똑같은 이력서를 준비하고 취업전선에 나란히 도열해야 한다. 선택은 회사 몫이고 그저 학생들은 학교 메뉴얼대로 준비하는 것에 최선을 바칠뿐이다.


그동안 뭉쳐 지내던 미자, 선영이, 재옥이도 덩달아 마음이 바빠졌다.

영어 선생님도, 순자도, 도발진주도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우리, 이렇게 살아야 되?"

"내 청춘이 넘 불쌍해 ㅡㅡ 위로가 필요해"

"이리 와 ㅡ 쓰담쓰담"

"더 강력한 걸로 ㅡㅡ"

"그래. 언니가 꼬옥 안아 줄께ㅡ보듬보듬"

"더ㅡ더 ㅡㅡ 위로가 안 되잖아ㅡ"

"마지막 코스로 쪽쪽쪽ㅡ 있는데, 그거라도?"

"아니 아니, 노 쌩큐ㅡㅡ 사양 사양"

"근데, 순자가 입시 반으로 갔던데, 왜지?"

"안 가면, 자격증 따라고 매일 쫄릴텐데 가는 게 낫지. 떨어지면 되잖아. 학교는"

"그런가? 하긴 누군 좋겠다. 자격증도 안 따도 되고, 대학도 안 가도 되고"

"그래그래, 부럽다 부러워. 거기다 미모까지"

"아마 걔는 연애도 짱 잘 할꺼야. 그치?"

"몰라. 몰라. 지 인생 지가 알아서 하겠지 뭐"

"맞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나 걱정하자고"


그렇게 정신없이 삼학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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