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 졸업과 동시에,
삼총사도 무사히 취업을 하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고군분투,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다.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할 터, 시간이 흐르면 우리도 다소 유연하고 뻔뻔한 어른이 될 것이다.
"재옥아. 그 얘기 들었어?"
" 뭔 말?"
"영어 선생님. 결혼 한 대. 순자하고"
"뭐? 될 말을 해라. 아직도 그 드라마는 안 끝난 거야?"
"사실이라니까"
"뭐? 진짜?? 헐!"
"내가 국어 선생님이랑 친한 거 알지? 그래서 가끔 통화 하는데, 어제 저녁, 선생님한테 전화 했거든. 근데 그러시는 거야. 올 12월에 영어 선생님 결혼한다구. 순자랑"
졸업한지 4년.
영어 선생님랑 순자가 결혼을 한단다.
세상 어떤 일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의 당당한 순자가, 미모의 순자가 본인의 의지대로 액션을 취했으며, 그 뜻을 이루었다.
이것은 분명한 팩트. 현실이 되었다.
영어 선생님은 1년간 휴직을 했으며, 우리가 졸업한 다음 다음해 부터 학교에 나오셨다.
"뭐? 진짜구나! 하긴 그 때, 우리가 뭔가를 원하긴 원했는데, 이게 이렇게, 이렇게 되는구나. 대박!!"
"근데. 생각해 보면 순자가 아까운 거 아냐?"
"선생님이 어때서?"
"하긴 - 사랑이겠지? 세상에 얼마나 절실하고 진실했으면 가족을 버리고 - -"
"그럼 미국에는 갔다 온 건가?"
"야. 야. 야. 그러지 말고 우리 오늘 뭉치자"
순백의 맑은 영혼들이 한 맘으로 밀어준 온우주의 기운으로, 그 두 사람은 결혼을 한다.
그렇다. 이제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사랑의 왈츠를 추며, 간단히 사랑의 쉼표를 건너 뛰고 사랑을 이어 갈 것이다. 맘껏 부러워하며, 맘껏 축하 할 일이다.
"자 - 자 - 축하하자"
"그래- - 그 어렵다는 사랑, 사랑을 두 번이나 완성한 댄디보이, 아니 럭키보이를 위하여!"
"그래, 그래. 사랑에 성공한 순자를 위하여!!"
"근데. 걔는 왜 맨날 앞서 가는 거야. 짜증나게"
"그래. 빨라도 너무 빨라"
"맞아. 우리 보통 사람들은 도무지 따라 갈 수가 없네!"
오늘, 이 자리. 뭐랄까? 크게 자리하던 어떤 것이 쑥 빠져 나간 듯, 허전하고 섭섭하면서도, 달달하게 가슴에 번지는, 아련한 기분이 드는 건, 전설을 완성한 느낌.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