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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by 김정욱

1-13. 우리 공주. 유진을 보내고 한 해가 지났다.


보기만 해도 아까운 너를 재작년 겨울, 결혼을 시키고 난 한 달을 앓았다.

어쩐지 맘이 놓이지 않은 한 서방을 애써 믿어 보며, 그저 니가 좋다는 놈 곁으로 보내는 게 널 위한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보지 못한 좋은 점을 니가 많이 알고 있으려니 생각하면서.


처음 한 서방이 인사 오던 날이 생각 나는구나.

너와 비슷한 아담한 체격에, 옆에 앉아있던 니 아빠마저 큼큼 떨떠름한 목기침을 했다. 좋아서 생글거리는 니가 눈치 챌까 내가 얼른 옆구리를 찌르고 눈짓을 했지. 속마음을 드러내지 말라고.

식사를 같이 하면서도 당연하게 눈길이 자꾸 가서 요모조모 살피게 되었는데, 엄마 맘으로도 한 서방이 영 눈에 차지 않았다.


체격이 작은거야 타고 난 것이니 그렇다 쳐도 남자가 돼서 너무 배짱이 없더구나.

소심한건지 낯가림을 하는건지, 군대도 갔다 왔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숫기가 없어서야 어디 가서 당당하게 자기주장이라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남의 집 귀하게 키운 자식을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날 저녁, 너와 한 서방이 나간 뒤로 엄마 아빠는 서로 아무 말 없이 얼굴만 쳐다보았다.

입을 열면 안 좋은 말만 나올 것 같아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26년 동안, 말썽 한 번 안 피우고 잘 자라준 니가 처음 데려온 사람이 아니더냐.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니 아빠는 말했단다.

"사람은 처음 봐서는 모르는 거야. 만날수록 좋은 사람이 진국이라구"

"그렇지?"

엄마도 얼른 대답했다.

나는 우리 공주를 믿는 만큼 한 서방을 믿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한 번 마음 정한 니가 부모 마음에 안 든다고 그 사람과 헤어질 것도 아니고,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은데, 좋은 사람 아닌 사람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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