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니가 말이 많아지고,
웃음이 많아지는 건 정말 좋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사람을 많이 변하게 하더구나.
평소 말이 적었던 니가 재잘대고 깔깔대고 엄마랑도 수다도 잘 떨고, 참 좋았다. 자식은 크면서 효도를 다하는 것이라 하던데 니가 그랬다. 한 번도 부모 뜻에 어긋나지 않고 공부도 착실하게 잘해서 직장도 수월하게 잡고, 직장생활도 잘 하는 너는, 항상 내가 널 공주라고 부르듯 내게 공주님 같은 존재였다.
니 아빠도 무뚝뚝한 니 오래비 보다 널 정말 많이 예뻐하지 않더냐?
내가 너에게 가족이 되려면 자주 편하게 만나야 한다고 넌즈시 말을 했었지.
그 뒤로, 약속 없이 불쑥 저녁시간에 퇴근하는 너와 들어서기도 했고, 가끔 나들이 삼아 큰 마트에 장 보러 갈 때도 같이 갔지. 우스운 일도 있었잖니? 왜.
한 서방은 시식 코너마다 빠짐없이 들러 시식 하던거 말이야. 우리 집 사람들은 그런 거는 잘 안 하는데, 한 서방은 다 먹어 보고 포장지에 써 있는 설명서도 찬찬히 살피더구나.
꽤나 꼼꼼한 성격이구나 했다. 너한테 없는 것이니 다행이다 싶기도 했고.
사실, 부부란 비슷한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이 좋다는 얘기도 있단다.
서로에게 없고 부족한 걸 채워줄 수 있다는 거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어디 한 구석은 비기 마련이지.
니 아빠도 자상하기는 하지만 잔소리쟁이기도 하잖니?
그렇지만 계획도 잘 세우고, 꼼꼼하고, 청소도 잘 하고 맛있게 잘 먹어주고.
엄마는 덜렁대고 씩씩하기도 하지만 급한 성격에 가끔 욱- 하고 성질을 내고 소리도 잘 지르고, 뭐 금방 풀리기는 하지만. 어쨌든 요리 하는 거 좋아하고, 분위기 잘 띄우고, 음주가무 좋아하고. 음ㅡ 여러가지 아빠하고 많이 다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