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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by 김정욱

3-13. 한 서방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걸 알고,


니 아빠가 그랬단다. 이제부터 내가 아빠 해주지 뭐. 우습지?

어쨌든 한 서방은 니 짝이 아니라 늦게 얻은 업둥이쯤으로 생각하고, 나도 마음을 주려고 노력했다.

저건 왜 저렇지? 하다가도 자식으로 생각하면, 저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람 맘이 참 간사한 게 맘이 달라지니 보이는 것도 다르게 보여지더라.

말이 적고 숫기 없는 게 신중하고 겸손하게 보여 지고, 매사에 꼼꼼한 것도 답답하고 쪼잔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빈틈없고 정확한 거라 생각이 들더란 말이지.


너와 한 서방이 어딜 가든 붙어 있고 다정하니 엄마 아빠는 좋았다.

하긴 한창 열애 중 아니냐? 서로의 눈 속엔 한 사람만 들어 있을테니 어디에 있던 천국이 아닐까.

니 오래비도 처음엔 탐탁치 않아 했지만 자꾸 만나다 보니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어쨌거나 이제 두 사람은 가족이 될 사람이니 계획도 같이 세우고 만들어 나갔다.

서로의 통장을 합치고, 적금을 넣고 알뜰하게 저축을 한다고 말했지. 직장생활을 하는 니가 여전히 많은 비용을 부담하긴 하지만 뭐 어쩌겠니. 한 서방이 하고 있는 카페가 자리 잡으면 나중에는 좀 나아지겠지.

니 아빠도 한 서방이 차라리 돈이 좀 적어도 직장생활을 했으면 하고 아쉬움을 말했단다. 사업이야 잘 되면 다행이지만 슬럼프에 빠지면 어려워지고 그러면 우리 딸이 고생을 할꺼라고 염려가 된 거지.

그거야 엄마도 같은 맘이었다. 나중에 한 서방도 카페를 그만 두고 취업을 한다고 해서 한 편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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