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주

by 김정욱

4-13. 어느 날,


니가 어두운 얼굴이 되어 집에 왔던 날, 엄마는 쿵 가슴이 떨어졌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 보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했지.

며칠이 지나고 너에게 들은 얘기. 한 서방이 몸이 안 좋다고. 통풍이라고.

통풍? 처음 들어 본 병명에 엄마 아빠는 근심했단다. 아직 젊고 팔팔한 나이에 병이라니. 항상 조심해야 하는 병이라고 하더라.

아! 그랬구나.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이 떠올랐다. 무슨 음식이든지 덥썩덥썩 잘 먹지를 않더니. 다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완치는 안되지만 조심히 살면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는데. 안심이 되면서도 왠지 불안이 커지더라. 너에게 말은 안 했지만 그때부터 한 서방이 다시 미워 보이기도 했단다.


우리 공주가 힘 들 걸 생각하니 아무래도 썩 마음이 내키지가 않더라. 이기적이라고? 그렇지? 그렇긴 한데 부모 마음이 그런데 어쩌겠니?

그 후, 니가 한 서방 건강까지 이것저것 신경 쓰는 걸 보고 다시 엄마 아빠는 마음을 접었단다. 부부의 인연은 하늘이 내리는 거라는데 부몬들 뭐 어쩌겠니? 다시 마음을 열고 한 서방 건강에 좋다는 이것저것에 절로 눈길이 가더구나.


사실 지금껏 살면서, 건강식품이니 영양제니 그런 것들에 무심하게 살아 왔는데 한 서방 사정을 알게 된 뒤로는 자꾸 그런 얘기에 귀가 쏠리더란 말이지. 통풍에는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 너한테 짜증을 듣고서야 멈추었지만 그래도 이쁜 건 니가 한 서방을 생각하는 맘이 더 깊어졌다는 거지.


이제 니 눈에는 한 서방으로 가득 차, 근심하는 엄마 아빠는 보이지 않겠지. 처음에는 많이도 서운하고 애가 타서 속상했지만, 사랑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니더냐?

물처럼 흐르는 대로 흐르는 것. 자연스러운 것.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처럼 내리 사랑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한 서방을 바라보는 니 마음 또한 자연스러운 것일테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