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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by 김정욱

7-13. 사랑하는 우리 공주.


니가 어린이집 다니면서 일 끝나고, 한 서방이 하는 카페에서 저녁시간 내내 일 한다는 얘길 듣고 많이 속상하기도 했단다. 우리 공주를 쉬지도 못하게 하는구나 싶어서 너한테도 잔소리를 했지.

니가 그러더구나. 좋아서 하는 거라고. 걱정마라고.


그렇지? 한 시라도 떨어지기 싫은 너희가 같이 있는 건 당연한데 엄마 눈에는 니가 고생하는 모습만 보이니, 부모 맘이란 게 그렇단다.

어쨌거나 결혼을 시켜야 할텐데 한 서방이 카페 차린다고 돈을 모아 둔 게 없으니 시간을 두고 볼 수밖에.

엄마 맘으로는 작게 월세 원룸이라도 시작 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니 아빠도 그렇고 한 서방도 그렇고, 몇 년 더 사귀다가 돈 좀 모아서 시작하겠다고 해서, 그 후로 4년 정도 시간이 흘렀지.

카페를 정리 하려고 내 놓았지만 나가지도 않고, 한 서방은 일정한 수입이 없고 시간만 보내고 있게 되자, 니가 그랬지. 일단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혼하고 같이 힘을 합치고 노력하면 또 다른 길이 보일 거라고.


그래, 그래서 그 해 12월 30일.

남들은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때에 너희는 출발을 했어.

다행히 신혼집 전세대출이란 게 있어서 번듯한 아파트도 빌리고 지인들의 축복을 받으며 행복한 결혼을 했지. 엄마 아빠는 겉으로는 한 시름을 놓았지만, 한 서방의 취업문제로 속으로는 걱정이 많았단다.

카페는 문을 닫아 놓고 한 서방은 일자리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너는 너대로 생활을 끌어가야 할 입장이 되었으니.

하지만 공주야.

밝게 웃는 니 모습을 보니 엄마는 안심이 되었다.

어떤 어려움이라도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못 할일이 없을테니 이제는 걱정을 그만 하자고, 두 사람 인생은 두 사람에게 맡기자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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