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하루 한 번이라도,
꼭 얼굴을 보이던 내가 나타나지 않자 드디어 니 아빠는 궁금 해진거야.
애태우며 언제쯤이나 니 아빠가 내 앞에 나타나줄까 조바심하고, 기다리던 나는 아마 상상하지 못했을걸.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났어. 나는 나대로 밥 맛도 잃어 버리고 시름에 잠겨 있었고, 속으로는 그 다음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고민만 하고, 그러다가 3주가 지나도 니 아빠가 나타나지 않으면 달려가서 한바탕 욕을 해 주리라 다짐했지.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그래, 너 잘났다. 잘 먹고 잘 살아라. 인정머리 없고 잘 생긴 놈아!"
시골 집 마당, 감나무 밑에 평상 있잖니? 토요일 밤에 거기에 걸터앉아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 대문 옆에서 어른거리는 거야. 느낌에 딱, 니 아빠더라고.
"왜 왔냐?"
퉁명스럽게 내가 말하니 대뜸 이러는 거야.
"너, 아프냐?"
후후- - -
그 다음은 알겠지? 엄마가 이긴 거야. 다른 이를 생각하던 사람을 날 보게 만든거라고. 그 후에도 엄마는 항상 잊지 않았지. 내 첫 마음이 어땠는지를.
니 아빠의 무른 성격에 실망도 많이 하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난 좋았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평생 같이 있는 것도 좋았고 엄마 아빠를 고루 닮은 너희를 낳은 것도 좋았어.
우리 공주는 성격이 엄마를 많이 닮았더구나.
자신의 선택을 믿는 것. 선택한 믿음을 지키는 것. 좋아. 좋아!
인생은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는 게 많은 법. 결과와 상관없이 맘이 가는 일은 해 보는 거야.
어짜피 후회는 나중에 하는 거니까. 니 아빠가 한 서방을 맘에 차지 않아 이 말 저 말 하면 내가 그러지.
당신을 보라고. 어디 완벽한 사람이 있냐고. 서로 맘 맞춰 사는 게 중요하다고.
엄마가 한 목소리 하잖니?
그러면 니 아빠는 눈만 꿈벅꿈벅.
"하긴 그렇긴 하지"
그랬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