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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명이

by 김정욱

1-13. 선이와 명이는 같은 날에 태어났다.


2분 먼저 태어난 건 선이였지만, 모든 일에 앞장 서는 건 언제나 명이였다.

당연히 명이는 선이를 언니로 여기지도 부르지도 않았다. 처음엔 어른들의 성화도 있었지만 곧 시들해졌다.

씩한 명이, 조용한 선이. 쌍둥이들은 성향이 비슷하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남들 얘기고 명이와 선이는 극과 극, 정반대 성격이어서 어른들은 종종 명이는 사내가 되려다 여자가 되었다고 놀려대곤 했다.


같이 학교에 다니면서도 명이는 저 혼자 쏘다니는 걸 좋아했다.

선이와 나란히 걸으며 쌍둥이라고 구경 당하는것도 질색했지만, 새침하고 소녀스런 선이는 보기만 해도 답답했다. 작은 지방 도시. 동네 친구들 모두 동창이고 동문이었다. 중학교까지는 모두들 한 울타리 안에서 공부했지만 고등학교는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대도시로 나가기도 하고, 고향에 남기도 하면서 저마다의 인생에 골몰해졌다.


"선이야. 그거 아니? 명이 요즘 연애한대- -"

"진짜? 난 몰랐는데, 누구랑?"

"야- - 니가 어떻게 모를 수 있는데? 재형이 오빠랑 열애중이래- -"

"뭐? 재형오빠? 순옥이 오빠, 그 재형이?"

선이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쩌면 그럴 수가? 내가 재형오빠 좋아 하는 거 다 알고 있으면서- - 명이 그것이- - 이번에도 명이는 나를 따돌리고 오빠를 차지하는 건가?'


어릴때부터 명이는 선이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가로채 왔다.

선이가 오늘 못 온대. 선이가 대신 나가라구 해서. 선이가 전해 달래. 온 갖 핑계를 둘러대며 친구들을 만나고는 곧 자기 친구로 만들어 버렸다.

명랑하고 씩씩한 명이는 화통한 성격이어서 또래 여자애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매번 명이에게 당하고 분함을 삭히지 못해, 몇 날 몇 일을 속앓이 하는 건 언제나 선이 몫이었다.

'두고 보라지 언젠가는 너두 눈물 흘릴 날이 올꺼야. 꼭 올꺼야'


이때마다 선이는 중얼거렸다.

그 언젠가는, 언제가 될지는 선이도 알 수 없는 아득한 그 언젠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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