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선이는 서울에 있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서대문구 끝자락 동네에 있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명이는 고집을 세워 서울에 있는 사립대에 입학을 강행했고 스스로 알바로 생활비도 벌면서 어려운대로 대학을 마쳤다. 지방에 있는 부모가 허리가 휘도록 명이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으나, 명이는 부모라면 그 정도는 마땅하지 않느냐는 다소 이기적인 입장이었고 부모님 또한 생활비를 도와주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안한 생각을 했다.
선이가 입학금만 받고 저 혼자 2년 대학을 3년 동안 다니며 갖은 고생한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선이는 자신이 부모님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은 서운함이 없었으나, 명이가 당당하게 부모의 의무를 주장하는 것은 어쩐지 동의 할 수 없는 적개심이 일었다.
자식들이 부모라는 한 나무에서 자랄 뿐, 저마다의 인생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부모 입장에서도 은연 중 만만한 자식, 어려운 자식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느꼈다.
따뜻한 우애가 있는 형제들도 있다던데 그건 남들 이야기일 뿐, 선이는 가슴 한 켠이 시려왔다.
순옥이는 선이가 연애하듯 사귄 친구였다.
유일하게 선이 맘을 알아 주고 같은 편이 되어 준 친구.
성정도 선이와 비슷해서 조용하고 속 깊은 친구였다.
순옥이와 만나는 날. 그 날이 오빠 생일이라며 재형오빠도 같이 저녁을 먹었다.
키도 크고, 목소리도 시원시원한 재형오빠를 보고 선이는 단박에 짝사랑에 빠졌다. 저렇게 멋진 남자에게 여자 친구가 없을리 없지 하면서도 그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눈치 챈 순옥이가 정식으로 두 사람을 소개해 줘서 몇 번 만나 온 사이였다.
그런데 명이가 재형오빠와 사귄다니. 선이는 눈물로 그 마음을 접을 때가 왔음을 알았다.
한 번도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포기 한 적이 없으니, 이번에도 명이는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까지 재형오빠와 만날 것이다. 오빠가 혹시라도 상처 받는 일이 없기를. . . 만약 명이가 오빠와 결혼이라도 한다면 난 어떻게 하지? 두 사람을 축하 할 수 있을까?
선이는 시작도 없이 끝나버린 사랑이 가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