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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명이

by 김정욱

3-13. 어쩌면 세상은,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세상의 중심이 되는 게 아닐까?


"유 선생님. 혹시 책 좋아하세요? 시 라던지- - "

"네? 어떻게?"

"선생님 책상에 있는 시집을 봤어요. 그래서- -"

"아 - - 제가 좋아하는 시인이예요. 박 재삼님"

"아, 그렇군요. 사실 저두 맘이 힘들 때 위로 받은 적이 있어요. 오래는 아니지만, 선생님이 오시는 문학회 모임도 몇 번 간 적도 있구요"


어린이집에 출장 오시는 체육선생님 최 승연씨.

깊은 대화를 해 본 적은 없지만 가까이에서 본 그는 다정한 사람 같았다.

선이는 웬일인지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한 기분이 들곤 했다. 이쁜 건 언제나 명이 차지였고, 자신은 한 번도 자기주장을 내세운 적이 없을 뿐인데 이상하게 소외된 기분 같은 쓸쓸함을 느끼곤 했다.

순옥이와도 말했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다정한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조금만 다정해도 사랑으로 착각할 수 있으니 그럴수록 냉정해져야 한다고 둘이 속닥거렸다.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라도 있단 말인가?

선이는 최선생님 선한 눈빛에서 외로운 그늘을 보고 말았다

재형오빠를 떠올렸다.

가슴 떨리고 온 몸이 달아오르던 그 느낌, 한 사람으로 온 세상이 환히 빛나던 순간들, 그게 사랑이라면 이건 뭐지? 이것도 사랑일까?


안쓰러움. 안타까움. 토닥이고 어깨를 내주고 싶은 마음, 자꾸 마음이 쓰이는건 연민일까? 아님 동정?

알아 갈수록 또 다른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답답하구 화가 나기도 했다.

뭐야? 바보 같이. 그 고생은 왜 사서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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