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 선이는 결혼만큼은,
꼭 사랑하는 사람하고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다른 건 다 포기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 그 하나만은 꼭 갖고 싶었다.
명이가 사소하거나 혹은 중요한 어떤 것을 가로채 가더라도 마지막 그것만은 꼭 지키리라 다짐을 했건만 그 하나마저 명이와 다투게 될지 몰랐다. 선이에게는 가혹하고 야박한 운명이었다.
28살 유 선이, 29살 최 승연. 그들은 결혼했다.
가족들의 축하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결혼식은 하지 않았다. 선이와 승연이, 서울 살림을 조용히 합쳤을 뿐.
과연 승연은 마음이 여리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승연이가 만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승연이를 좋아했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그가 선이와 함께 한다는 걸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했다.
외롭고 힘들었던 그가 착한 사람을 곁에 두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뭐든지 도와주고 싶어하고 사소한 어떤 것들도 나누었다. 퇴근하는 그의 손에는 어르신들이 주셨다는 한 줌의 고추도, 푸성귀 한 다발도, 과일 몇 개도 모두 그분들 마음이고 진심이었다. 그가 일 하는 농장 사장님은 그의 부모처럼 따뜻하게 선이를 반겨 주었다.
주말에 승연과 같이 갈 때면 과일이고 야채고 아낌없이 싸 주셨다. 딸이 있었으면 사위 삼고 싶었노라 말씀하시며 승연을 아들처럼 아껴 주었다.
지난주, 어머님이 목돈이 필요하다며 말씀하셨다.
바쁠테니 오지 말고 돈만 부치라고. 막내가 교통사고를 내 합의금이 필요하다고.
살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때가 있다던데 지금이 그때인건가 생각하면서, 선이는 어머님 말씀처럼 동생도 열심히 살려구 노력하고 있다는 걸 믿고 싶었다.
믿고 또 믿고 믿어 주다보면 정말 그렇게 되지 않을까?
형님과 동생이 하루빨리 자신의 갈 길을 뚜벅뚜벅 가게 되길 진심으로 바랬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의무만을 강요하지 않기를. 서로를 위로하며 힘이 되는 따뜻한 가족이 되길 선이는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