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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명이

by 김정욱

6-13. 결혼한지 3년이 지났지만,


아이가 생기질 않았다.

선이는 승연을 꼭 닮은 아이를 갖고 싶었다.

어쩌면 아이가 있는 완벽한 가정을 가지고 싶었다고나 할까? 어릴 때 항상 부족하게만 느꼈던 사랑을 맘 껏 주고 싶었다.


명이와 재형오빠는 작년 겨울, 결혼을 했다.

하네 못 하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오빠와 명이는 오빠가 다니는 회사의 해외지사로 떠났다. 무슨 일인지 결혼하는 두 사람 모두 어두운 얼굴이어서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똑똑한 명이가 내린 결정이었으니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선이는 잠시 마음이 일렁였으나 별 다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선이는 배 나온 사람을 보면 부러운 맘이 들었다.

너무 말라 허리가 한 줌 밖에 되질 않는 승연을 보며, 이 사람은 얼마나 사는 게 힘들면 이렇게 말랐을까?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일단 승연은 먹는 것을 즐기질 않았다. 혼자 서울에 올라와서 맘 고생 몸 고생을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레 먹는 것 하고는 거리가 멀어졌단다. 허기가 지면 허기를 면 하는 정도? 자기는 그거면 됐단다. 선이는 자신도 엄마한테 입이 짧다고, 이것 저것 잘 먹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들었지만 이제보니 자신은 하수였다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당신, 아주 오- -래오- - 래 살겠다. 식욕은 넘기 힘든 욕망인데 그걸 넘어섰으니- - -"

"당신 없으면 난 안 돼- - 날 버리지 말아 주시오. 부인- -하하 "


눈가의 굵은 주름을 접으며 승연이 웃었다.

한없이 착하기만 한 사람, 선이는 결혼 후 점점 좋아지는 승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안기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군 ... 흠...'

세상에서 자신과 결이 많이 닮은 사람을 만났으니...난 정말 운이 좋구나... 선이는 스스로 쓰담쓰담, 토닥토닥, 나른하고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승연은 가끔 말했다.


"서울은 시간도 빠르고 사람도 빨라. 생각도 빠르고 몸도 빨라야 해. 어떤 땐 어지럽고 숨이 차- -

난, 이다음에 나이가 많아지면 시골에 가서 농사 짓고 풀 뽑고 새 쫒으며 그렇게 느리게 느리게- - -살꺼야"


부드럽게 흘러가는 평화로운 시간을 그리워하는 승연의 소망이었다.

부모님이 밭농사를 힘이 드셔서 더 이상 지을 수 없게 되자, 승연은 주말 농장을 그만 두고 시골로 농사를 지으러 다녔다.


왕복 4시간 거리를, 주말이면 겨우 쉴 수 있는 시간을 전부,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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