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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명이

by 김정욱

7-13. 일을 줄였으면 하는,


선이의 바램이었지만 농사는 그가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말릴 수가 없었다. 팔아봐야 돈도 얼마 되지 않는 밭농사. 토마토에 몇 가지 푸성귀. 감자, 고추, 무, 배추. 마늘, 파 정도. 그야말로 사먹는 것이 싸게 먹힐 정도로 가성비는 떨어졌지만, 어쩌겠는가? 세상일을 가성비만으로 결정 할 수 없으니.

시골로 아예 주거지를 옮기는 것도 생각해 봤으나, 그 곳에는 일자리가 없어서 그나마도 어려운 일. 이래저래 승연의 몸만 고달프게 생겼다.

부모님 두 분 모두 건강이 안 좋으셔서 병원을 자주 다니셔야 하고, 선이는 덩달아 바빠졌다. 사는 것이 바쁘다보니 친정에도 자연 발길이 뜸해졌다.


"한 번 와. 니 얼굴 잊어버리겠다- - -"

친정엄마 전화를 받았다.

"엄마- -"

"야. 이제 오니? 엄마가 전화한게 언젠데- -"

뜻밖에 명이가 방에서 나왔다.

"니가 웬일이야? 미국에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잠시 나왔어. 답답해서- -"


아버지는 모임에 가시고 엄마랑 선이, 명이는 오랜만에 저녁 식탁에 모였다.

"너, 얼굴은 좋아보이네. 고생해서 못쓰게 된 줄 알고 걱정했는데- - -"

엄마가 선이 머리를 만지며 애잔하게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우리 엄마가 원래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였나? 새삼 가슴이 찡해졌다.

명이가 친구를 만나러 집을 나가자 엄마가 한 숨을 내쉬었다.

"저걸 어쩌니- - -저 애물단지"

"엄마, 왜?"

"이혼하고 싶단다. 자기가 살고 싶었던 그게 아니라나- - "

"왜? 무슨 일 있었대?"

"글쎄- - 속 시원히 말은 안하는데- - 그 쪽 한인 모임에서 옛날 사귀던 사람을 만났대나- - 어쨌다나- - 서서방 맘 속에 딴 사람이 있는 거 같다고도 하구. 뭔 말인지- - -"

"만나면 만난거지 이혼은 왜?"

"글쎄 말이다. 결혼도 반대 반대 하는 거 겨우 해 놓구"

깊은 내막은 모르지만 둘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선이가 보기에는. 거침없고 당당한 재형오빠와 똑 떨어지고 야무진 명이. 둘은 사랑을 했구 결혼을 했다.

'그럼, 당연 행복해져야 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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