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선이, 명이

by 김정욱

8-13. 그런데, 왜?


선이는 알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일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한 선이는 명이가 어떤 선택을 하던 명이의 인생은, 명이가 맘 먹은 대로 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한 번 세운 고집은 절대 꺽어 본 일이 없는 명이는 이번에도 자신의 뜻을 관철 시킬 것이다.


시동생이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방황만 하다가 학업을 놓치고 이제야 늦깍이 학생이 되고자 했다. 자신이 알바를 이것 저것 하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게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고작해야 4살 위의 형인데, 승연은 동생이 가까이 오자 자신이 울타리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기뻐했다. 좋아하는 승연을 보니 선이도 맘이 따뜻하게 풀어졌다.

동생이 조금씩 철이 나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으로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래, 그래. 시간이 지나면 다 좋아지는거야'

선이는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승연은 센타에서 진급을 해 사무장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밖으로 다니는 일은 하지 않아도 돼서 훨씬 몸이 편해졌다.

책임도 늘고 업무도 늘어 출장 체육교사 일은 할 수 없게 되었고, 비로서 직장인 모습이 되었다. 복지사 일을 시작한 지 7년만이었다.

승연은 아이들을 만날 수 없다고 많이 아쉬워 했다.

정말 아이들을 좋아해서 그 일을 했다고. 그 꼬맹이들을 볼 수 없다니- - -많이 애석해 했다.


며칠 후, 승연과 선이는 병원검사 결과를 보러 갔다.

아이를 갖기 위해 선이가 승연을 억지로 끌고 검사를 받았다.

남편 승연이 아이를 갖기에는 힘들단다. 의학적인 해석은 차치하고- - -

아니, 이럴 수가? 충격이었다.

두 사람은 어색하게 서로의 얼굴을 외면했다. 미안함, 당혹감, 쓸쓸함, 불안함까지- - 밀려왔다.


'내 인생에 아이는 없는 건가?'

선이는 승연보다 더 깊게 가라앉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선이, 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