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 명이 저만의 사정을,
알 길 없으나 어이 없는 현실이었다.
견딜 수 없는 현실이었다면 박차고 나왔어야 마땅한 명이가 아니던가?
명이도 어쩌지 못한 그 현실은 무엇이며, 그 바보같은 선택은 또 무엇인가?
선이는 황당한 배신감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내가 저를 얼마나 부러워했는데- - - 얼마나 저를 닮고 싶어 했는데- - - 내가 받은 상처 따윈 한 번도 돌아보지 않던 네가? 정체모를 분노에 온 몸이 달아 올랐다.
잘 살아야지- - 오빠까지 뺏었으면 끝까지 잘 살아야지- - 그래야 너 답지. 그게 너 아냐?
소리없는 아우성이 가슴속에서 요동쳤다.
눈물이 마르고 나니, 알고 싶지 않았다.
모두 부질없는 일이다.
유 명이. 넌 바보고 패배자고 비겁자야. 넌 죽을 맘으로 끝까지 살았어야 했어. 끝까지 견뎌야 했다고.
해사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
명이가 떠나고 한 해가 갔다.
"나. 순옥이. 오해하지 말고 들어 줘. 너만 괜찮다면 재이엄마가 돼주면 어떻겠니? 재이가 이 집 저 집으로 다니면서 힘들게 지내- - 아직은 어리지만 아이한테도 못 할 짓이구- -"
어느 날 저녁. 선이는 승연과 술잔을 기울였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 날은 선이가 자청해 술 마시고 싶다고 마련한 자리였다. 긴 얘기를 풀어내기엔 약간의 알콜이 필요한지도 모를 일.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명이에게 가진 이상한 패배감, 열등감을 나와 같은 맘으로 승연은 이해 할 수 있을까? 이런 쓸데없는 말을 공연히 하는 거는 아닐까?
명이도 가고 없는 지금 굳이 내 맘을 이해 받는 것이 중요한 일일까?
이해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래도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속 내를 한 번쯤은 풀어내야 가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으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