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 요즘,
현자는 미리보기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 미리보기처럼 내가 가보지 않은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곤 했다. 수명이 100세라는 얘기가 있지만 실감을 못했는데, 여기 와 보니 90대 어르신도 많이 계신다.
어르신들 말씀은 먹을 게 흔해지고 병원 기술이 좋아져서 죽지를 않는단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해 지고 혼자 살게 되면, 먹을 게 아무리 흔해도 잘 챙겨 먹을 수 없고, 몸이 아파도 스스로 병원에 가기 힘들어지니, 병원 기술이 좋다한들 무슨 소용이랴.
"건강하세요- - 오래오래 사세요- -"
가끔 사람들이 무심코 하는 말을 들으시면 성을 내신다.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좋은게 아니라고, 욕이라고 하신다.
점심이 끝나면 자유시간.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하고, 안마의자에 앉기도 하고, 지압매트에 눕기도 한다. 복지사가 써 놓은 순서대로 발 맛사지 통에 발을 담그기도 한다.
자유시간 끝나면 공부시간.
간단한 그림 맞추기. 복잡한 그림 맞추기. 종이접기. 종이 붙이기. 그림 모양 색칠하기. 그림 그리기. 점선 따라 그리기. 빈 칸 채우기. 윷놀이. 칠교놀이. 손으로 하는 여러가지를 요일별로 다르게 한다.
시작하자마자 지루해하고 던지시는 어르신도 많고, 그런 거는 안한다는 어르신도 계신다. 재미없다고, 재미있는 화투를 내놓으라고, 내일 당신이 가져 오신다고 말씀하신다. 물론 다음날에도 똑같은 말씀을 반복 재생하신다. 공부시간만 되면 갑자기 눈이 더 침침해지고, 배가 아프기도 하고, 어깨가 아프고 손가락이 아프기도 한다. 공부하기 싫어 꽁무니를 빼는 모습이, 속이 훤히 보여 절로 웃음이 나고 당연히 속아 드린다.
어쨌든 옆에라도 오시게 한다.
그래야 활동기록에 남길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