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순분어르신은,
다른 어르신과 어울리지 않는다.
언제나 고독하게 혼자 있다. 스스로를 왕따 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가슴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 다 귀찮아. 다 쓸데 없는 짓이야- -'
"순분 어르신. 오늘 목욕하는 날이예요"
주로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을 순번대로 일주일에 한 번 목욕을 한다.
"아파. 아파- - - 안 해"
순분 어르신이 강경하게 목욕을 거부하신다. 혹시 모자 때문인가? 현자는 생각했다.
"어르신. 모자 제가 꼭 지키고 있을께요. 문 앞에서- "
"냄새. 냄새. 사람들이 싫어해요. 욕해요- - -냄새나면- - "
복지사가 달래고 어른다.
"우리 빨리 씻고 맛있는 거 먹어요. 간식- - 간식- - 바나나- -"
현자는 순분어르신이 벗어 놓은 모자를 미지근한 물에 담궈 재빨리 빨아 본다. 어르신이 목욕 마칠때까지 말려 놓아야 하는데, 바쁜 맘에 드라이기로 열심히 말렸다.
어르신은 언제부터 모자에 집착 하셨을까? 이 모자에 특별한 사연이? 혹시 머리 때문에?
처음 본 어르신 머리가 너무 짧은 것이 생각났다. 본인이 원해서 자른 것이 아니라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를 일. 옷차림으로 보아 젊은 시절 멋쟁이셨을 것 같은데, 늙고 보니 머리조차 맘대로 할 수 없다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 여자들은 누구라도 머리 스타일에 예민한데- - 현자는 순분 어르신의 젊은 시절을 잠깐 상상해 보았다.
어르신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어르신들은 스스로 자신을 아끼실 줄 모른다. 평생 자식 먼저, 누구 먼저, 먼저, 먼저. 자신은 맨 나중에. 오랜 세월, 그렇게 살다 보니 스스로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게 된 걸까?
특히 여자 어르신은 그렇다. 미미어르신은 박하사탕을 몇 개씩 몰래 주머니에 넣어 가신다.
현자가 조용히 귓속말로 물어 보았다.
"박하사탕, 좋아하세요?"
"아니, 아니. 우리 아들이 운전 할 때, 이것만 먹어- - "
목욕탕 문이 열렸다.
"어우- - - 인물이 훤해 지셨네- - "
복지사의 칭찬에 순분어르신이 조용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