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그러고 보니,
입 안에 치아가 없다.
또 집 어딘가에 빼 놓으신 모양이다. 아프시다며 잘 끼지 않으시는 걸 보면 틀니가 안 맞는 모양인데, 일단 복지사와 얘기해보고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야겠다.
사실, 틀니는 일 년에 두 번정도 정기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 사용하다 보면 잇몸도 내려가고, 몸 컨디션에 따라 잇몸 상태가 붓기도 하고 염증도 잘 생긴다. 마모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때그때 작은 수선은 필수다. 대부분 자식들은 한 번 틀니나 임플란트를 해드리면 자신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관심 끝. 신경을 안 쓴다. 그러다 보니 아파서 틀니를 끼지 않는 어르신이 많다.
무용지물. 식사를 잘 할 수 없다. 바로 건강문제로 직결된다.
어쩌나- - -현자는 순분어르신이 안쓰러웠다.
보통의 경우, 치아가 없으면 웃지도 않으시고 말씀도 안 하신다. 웬지 부끄럽고 창피하고, 스스로 자존심이 상하는 거다. 아직도 고운, 순분어르신. 활짝 웃으시는 날이 빨리 오길- - -
몸은 늙었으나 맘이 늙지 않으면 그 부조화를 감당하는 게 더 힘이 들 것이다.
마음도 늙어지고 희노애락 감정에 놓여나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좋으련만, 어떤 기억은, 어떤 상처는 오늘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어르신들은 어제 일 보다 20년, 30년 전 어떤 일은 아주 선명하게, 정확하게 기억을 하신다. 마치 사진은 보듯 자세하게 얘기를 하신다.
평생 이루지 못하고, 이룰 수 없던 것들이 발목을 잡고, 그 안타까움이 오늘을 힘겹게 하기도 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놓아야 하는 것을- - - 그것이 어렵다.
상동어르신은 며칠째 기력이 없으시다.
보호자에게 연락을 했지만 저마다 바쁜 자식들은 센타로 전화만 할 뿐 나타나지 않는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막내아들과 사시는데, 아들은 지방 어딘가에 일 하러 가 있고, 며느리는 미용실을 한단다. 상동 어르신은 매일 해 뜨면 집에서 나오고 저녁때 들어 가신단다. 센타에서 퇴근이 4시 반인데 집으로 바로 가시지 않고 동네 노인정으로 가신다.
아들도 집에 없고 어쨌든지 며느리를 배려하는 맘이 항상 조심스럽다
종종 우스개소리도 잘 하시고, 분위기도 잘 띄우시고 나름 유쾌한 어르신인데 세상살이는 결코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