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 홀로 남으신,
남자 어르신은 거취문제부터 모든 게 더 어렵다.
손수 식사를 챙길 수도 없고, 그렇다면 누구든 전적으로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 보기에도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 때 없이 너무 두꺼운 옷을 입으시기도 하고, 여름 옷을 가을 겨울에 입으시기도 한다.
상동어르신은 소화가 안 되고 답답해서 식사를 못 하시고, 국물만 겨우 드시고 계시니 자꾸 어지럽다고 누우신다. 화장실 볼 일도 일주일째 못 가신다니 병원을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복지사가 큰 아들과 통화를 하고 대신 병원에 모시고 가기로 했다. 상동 어르신은 자신은 할 일 다 마쳤으니 죽어도 여한 없다고 늘 말씀하신다.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의 삶은 모두 어디로 증발 해 버렸을까?
평생 일 하고, 자식을 키우고, 결혼 시키고 그리고 그 다음은?'
태호어르신은 30분마다 화장실에 가신다.
몇 년 전, 뇌경색이 와서 한 쪽을 못 쓰신다. 지팡이를 짚고 힘 들게 일어서서 힘 들게 다리를 끌며 화장실을 가시는데 보기에도 위태위태해 보인다. 요양보호사가 부축 하려고 나서면 혼자 할 수 있다고 고집을 세우신다. 근처에 있는 진수어르신이 더 짜증이고 성화로 시끄럽다.
"빨리 병원에 가 봐- - 더 큰 일 치기 전에- - 입원을 하라구- - 제대로 치료를 하란 말이야- -"
목청도 크신 분이 소리치신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호어르신은 안들린 체 모른 체 하신다.
아마도 전립선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복지사가 보호자에게 전화를 해서 병원에서 진찰도 받고 약도 받았다는데 약은 잘 드시는 건지 어쩌시는지- - -물어보면 '약 먹었어'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대체로 어르신들은 드시는 약도 많아, 드실 때 보면 한 웅큼씩 된다. 보호자가 요청을 하면 센타에서 드시도록 챙기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보통의 경우, 아침 저녁 두 번 드시는 약이 대부분이어서 낮에 드시는 약은 별로 없다. 한 분 한 분 보고 있으면 맘이 안쓰럽고 안타깝다.
젊음이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듯, 늙음 또한 잘못해서 늙어지는 것이 아닐 터, 이상하게도 노인들은 위축되고 외로워지고 고립되고 있다.
'생로병사'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고, 순리일 뿐인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