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 사실,
어르신들은 좀 더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선택 할 수 없는 부모나 형제, 가정환경 속에서 결과가 어떠하든 열심히 살아 오셨다. 이제는 당당하셔도 되고 큰소리로 말씀하셔도 된다.
"애비야. 내가 좀 어지러운데 병원에 가서 영양주사라도 한 대 맞아야겠다. 시간 좀 내라- - 만난 김에 맛있는 것도 좀 먹구- - 커피는 내가 쏘마- - "
"딸- - 엄마가 산책 좋아하는 거 알지? 운동화 하나 새로 사고 싶은데- - -니가 사주면 좋고- - 엄마가 신는 거 'W런닝화' 알 지? 퍼플. 엄마가 보라색 좋아하잖아- -"
오히려 젊은이들은 이렇게 말해주면 좋아한다.
요구사항이 구체적이고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명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르신이 자식 얼굴 한 번 보고 싶고, 밥 한 번 같이 먹으면서 얘기도 하고 싶다는 걸 이렇게라도 핑계 삼아 말씀하시는데 어쨌든 이렇게라도 의사표시를 하시길 적극 권해드린다.
할 일이 끝나버린 지금부터, 오롯이 자신의 인생 시작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해 보시라고, 그래도 된다고, 그래야 한다고 현자는 틈만 나면 어르신들께 말씀드린다.
"어르신- -뭐 좋아하세요? 뭐 하고 싶으세요?"
정화어르신은 '그림 그리기'에 뜻밖에 소질을 발견하고 재미를 붙이셨다.
지금은 크레파스로 그리지만 물감으로, 붓으로 멋지게 그리고 싶다고 하셨다. 드디어 하고 싶은 일, 소망이 생긴 것이다.
대식어르신은 챔피온, 장기 왕이시다. 무패전승.
덕분에 아무도 같이 놀아주질 않는다.
현자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럼 선생님 하세요- - 장기선생님"
어느날인가- - 대식어르신이 은밀하게 말씀하셨다.
노인정에서 '장기 선생'을 하신다고. 제자가 2명이라고 자랑하셨다.
미미어르신은 목소리가 고우시다.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지셨다.
본인도 노래를 좋아 하시고, 열심히 따라 부르신다. 언젠가 동네 노래자랑에도 나가셨단다.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고 하셨다.
누구 때문에, 누가 뭘 해 줘서, 내가 행복해지기도 하지만, 내가, 내가 하는 일로 행복해진다면 그거야말로 가치 있는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