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상하고 이상한 그러나 찰떡같은
그냥 쉬고 있어
“하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는 말에 “그럼 너는 뭐 해?”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경제적이거나 생산적인 ‘일’ 말고는 ‘일’이 아닌 것일까. 질문엔 어떤 의도나 악의도 없었지만 괜히 불편했다.
“뭐 해?”라는 말에 대답할 거리를 찾아 내 하루를 떠올려 봤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내가 보였다.
혼자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는 매일의 내 시간이 지인에겐 ‘일’로 보일 수 있을까.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참고 “그냥 쉬고 있어.”라고 대답했다.
열등감에 숨은 나
처음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꺼내놓는 게 부끄러웠다. 가까운 이에게 내 시간의 무용함을 말하는 것이 창피했고, 글을 쓸수록 생각을 제대로 언어화하지 못하는 내가 미덥지 못해 숨겼다.
어느새, 나는 주위사람들에게 내가 뱉은 말 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큰아이의 책상을 정리하다 [나를 이해해 봅시다]란 주제의 프린트물을 보게 됐다. 자신의 단점을 관점을 바꿔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학습활동이었다. 단점을 적는 칸엔 “다른 사람과 나를 계속 비교한다”와 “내 뜻이 정확하지 않다”라고 적혀 있었다.
한 줄의 문장 속에 ‘자기 의심’으로 멍이 든 마음이 묻어났다.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아이를 보자 복잡한 마음이 일었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거울처럼 나를 닮은 아이였다. 자연스럽게 타인의 글과 비교하며 열등감에 사로잡히다 결국 “아무것도 안 해요”라는 말에 숨어버린 내가 떠올랐다.
비교하면 말이야
복잡한 마음으로 뒷장을 넘겼다. 딸아이에게 조원들이 건네는 해결책이 적혀있었다.
김꽃OO : “자꾸 비교하면 실력이 더 올라가게 된다”
김도O : “비교하면 오히려 열등감이 생겨 열심히 할 수 있다”
김주O :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너 자신과 비교해”
비교하면 실력이 올라가고, 열등감이 생겨 열심히 할 수 있다니. 요상하지만 찰떡같이 들러붙는 조언에 웃음이 터졌다. '그래, 맞네. 누군가한테는 열등감이 동력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동력이 꼭 호기심, 열정, 성취욕구 같은 것만 되라는 법은 없는 거니까'.
책상에 굴러다니는 연필이 눈에 보였다. 똑똑하고 현명한 조언들 사이에 나도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써본다.
맹그리 :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