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것이 너무 많다.
맑은 하늘이었다가 어느 순간 겹겹이 쌓인 구름 속을 파헤치는 것처럼 일을 하나하나씩 처리해나가고 있는데도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해야 하는데의 연속. 과제들의 연속. 해결하고 포기하지 말고 챙겨야 하는 일들의 연속.
비행기를 타고 하늘 밖을 바라보면 맑은 하늘보다 그 아래에 겹겹이 쌓인 아름다운 구름들을 보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하나의 그림을 만들거나 바다를 만들거나 솜사탕처럼 보송한 그 구름들은 보기만 해도 몽글몽글했고 보기만 해도 아름다웠으며 무언가 마음속을 아름다움으로 무엇으로든 채우는 힘을 가졌다. 하얀색 털뭉치들이 지닌 아름답고 강력한 힘.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지만 그저 보고만 있어도 아름다운 힘이었다.
동경하던 구름 속을 지나갈 때면 느낌은 달랐다. 비행기는 흔들렸고 기압은 불안정했다. 평온한 비행기 내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모두들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했다. 밖에서 볼 때는 알 수 없던 구름 속에 들어가 보면 평온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른 열정적이고 불안정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요즘에 새로운 일들에 도전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회들이 열리고 동경하던 구름 가까이로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가까워질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해야 하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것 같은데 비행기에 안전하게 안전벨트를 착용한 채 앉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구름을 보려면 그럴 순 없지. 앉은 채로 보내기 위해 동경하던 구름 속을 온 것은 아니니까. 더 가까이 다가가 보고 싶어서 온 거니까.
스카이다이빙 하듯 몸을 던져 만나는 구름은 걷어도 걷어도 계속 나온다. 할 일은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것처럼. 수증기를 너무 많이 머금고 불안정한 대기 속에서 몸이 여기저기 치이고. 그래도 버텨야지, 걷힌 거니까 버티면서 하나하나 헤쳐나가야지.
땅이 보이는 그 순간에 찬란하게 반짝이는 구름을 거꾸로 다시 볼 수 있는 그 순간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