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남편의 이야기 통증 치료

by 김정


요즘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즐거움이 사라진 지 오래고 일상이 짜증스럽다. 석회성 힘줄염이 있어, 아픈 어깨에 주사 2대를 맞고 충격파 치료도 했다. 1~2주 오른쪽 팔 사용을 하지 말라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를 받고 최소한의 어깨 사용을 하고 있다. 오른쪽 팔을 못 써 한 손 세수하고, 속 옷도 한 팔로 입으려니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머리는 동네 미용실 가서 감고, 손가락으로 리모콘이나 컴퓨터 사용도 어렵다. 그래서 하는수없이 말 없고 무뚝뚝한 남편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팔이 안 좋아 음식도 하기가 어려워서 며칠째 배달 음식을 불러 먹었다.

오늘 저녁은 배달음식도 지겨워서 남편이 어묵탕을 끓여 먹자고 했다. 남편은 아재 개그를 하면서 주방일을 시작했다. 냄비에 육수가 보글보글 끓을 때부터일까? 어묵 봉지를 뜯을 때부터일까? 나는 선비같은 남편의 우스갯소리에 빠져 어깨 통증을 잠시 잊어버렸다. 어묵을 어슷어슷 썰기도 하고 막대 모양 어묵은 통째로 넣기도 했는데 어묵이 푹 익을 때쯤 남편의 어눌한 듯 툭 툭 터지는 재미있는 말놀이가 시작되었다.

“여보! 어묵 좀 봐! 엄청 웃겨.”
“어묵이 웃긴다고?”

“어묵이 엄청나게 발기되었는데? 발정 난 것 같아.”

남편은 냄비 뚜껑을 열고 방그레 부풀어져 냄비 한가득 있는 어묵들을 보고 어묵이 발정이나 발기되었다고 했다.

“어묵도 암수가 있나 봐!”

“생선으로 만들었으니까, 물고기가 암수가 있잖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그치?”

나는 큰 소리로 한바탕 웃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부부라고 놀린다고, 유치한 말놀이는 그만하자고 했다. 발정이 난 어묵으로 끓인 어묵탕은 빨간 떡볶이와 한 팀으로 저녁 밥상에 올랐다. 남편과 나는 김밥도 있었으면 더 맛있었겠다는 대화를 했다.

“김밥 속에도 어묵이 들어갈까?”

남편은 어묵을 다 먹을 때까지 계속해서 싱거운 소리를 했다.

어떤 상황에도 과하게 진지한 우리 남편은 야한 농담 한마디에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발정이 난 어묵 이야기로 나를 웃게 해주었다. 웃는 동안 통증은 사라지고 물개박수를 치면서 오른쪽 팔은 살짝 부드러워졌다. 내일은 남편의 어떤 이야기로 통증 치료를 해줄까 기대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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