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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율 Mar 14. 2021

상실한 삶은 기묘하다.

2021.03.14

 


 사랑하는 것을 잃는 건 감각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 한 가지 색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거나, 한 음역대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거나, 특정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그런 거 말이다. 시간이 흘러 무언가를 잃어버린 나날들에 무뎌질 때에도 이따금 몸이 기억하는 그리움에 허전함과 이질감을 느낄 거다.

 어디에도 그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나의 내면만큼 선명하지 않다. 내면마저 바래지면 그가 존재했던 세상은 끝이 나고, 그대로지만 달라진 세상은 조금 더 단조로워진다. 세상이 한 겹 닫힌 느낌이다. 더 이상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만질 수 없다. 딱 그것만. 그러니 그가 죽었을 때 내 일부가 죽었다고 할 수 있다.





 석양 때문에 붉어졌지만 몇 몇 파장이 결핍한 하늘이 조금 기묘해보였다. 어둠이 내리고 있는데 노란색, 주황색, 갈색, 그리고 보라색 색조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 『색연필』 (장 가브리엘 코스 지음)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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