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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율 Dec 22. 2021

15년 만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네가 없는 집은 더 환해졌다. 너에게 미안하게도.

추위에 죽지 마라 집 안에 들여놨다가

장난이었던 건지, 식감 때문인 건지

너에게 무자비하게 뜯겼던 그 식물 위에 형형색색 빛이 반짝인다.

작년까지는 필요 없다며, 돈 아깝다며 하나도 사지 않을 것들.

앵두 전구, 벽과 책장을 채운 작은 소품들, 모빌, 눈사람, 스노볼.

말 그대로 걸리적거리는 사치품들.

혹시 다니다가 부딪힐까, 눈을 찌를까, 델까 두지 못했던 트리, 전구들 올해는 여기저기 있다.

사치가 사치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마음의 빈곤을 물리적으로 채우려는 심보겠지.


개 한 마리의 부재가 남긴 적막을 채우기 위해 번쩍이고 울긋불긋한 장식들을 집 안에 채운다.

그래도 허전하구나.

아무리 반짝여도 너만큼 눈에 들어오는 건 없을 거다.

하얀 솜뭉치가 방 이리저리 활보하면 그것만큼 정신없는 게 없을 테니까.


15년 만에 집에 크리스마스가 왔다.

반짝이고 화려하다.

마음이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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